처음으로 스탠딩 방식이 도입된 이번 토론은 구체적인 주제 없이 후보들끼리 자유로운 주제로 진행됐다.
◇ 劉·洪·沈 맹공에 진땀 뺀 문재인
특히 보수성향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진보성향의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가 번갈아 가며 문 후보에 공세를 퍼부으면서 문 후보는 진땀을 흘렸다.
유 후보는 정치·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자유토론이 시작되자마자 문 후보의 안보관을 문제 삼으며 질문 공세를 쏟아냈다.
유 후보는 문 후보에 "북한이 주적이냐"고 묻자, 문 후보는 "대통령으로서는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유 후보는 "아직 대통령이 안 됐다"면서 "국방백서에 북한은 우리 주적이라고 돼 있다. 국방백서에 나오는데 통수권자가 주적을 주적이라고 못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유 후보의 거듭된 질문에 문 후보는 "입장 밝혔다"고만 한 뒤 추가 답변을 회피했다.
홍 후보도 문 후보의 안보관을 파고 들었다. 홍 후보는 "2003년 여름 청와대에서 기무사령관을 불러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서라고 요청한 적 있나"라고 묻자, 문 후보는 "글쎄요"라며 기억을 더듬었다.
홍 후보는 "집권하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나"라고 물었고, 문 후보는 "찬양.고무 관련 조항은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홍 후보가 "일부 조항만 폐지하면, 그대로 두는 것이냐"라고 압박하자 문 후보는 굳은 표정으로 "이미 답했다"고만 했다.
그러자 이번엔 심 후보가 문 후보를 거세게 몰아쳤다. 심 후보는 "왜 국보법을 폐지하지 않으려고 하나"라고 물었고, 문 후보는 "폐지에 반대한 적 없다"면서도 "(폐지를) 주장할 시기가 있다"고 했다.
심 후보는 "언제 폐지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폐지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라면서 "악법은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여성 비하 발언 사과한 홍준표 "우리 주적은 저쪽이라니까!"
홍 후보는 "스트롱맨이라고 해서 세게 보이려고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다. 실제 집에 가면 설거지 다 한다"면서 "말이 잘못됐다면, 사과하겠다"고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홍 후보는 또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유 후보에 대해 "이정희 같다"면서 화살을 문 후보와 안 후보로 돌리라고 얼버무리기도 했다.
홍 후보가 "지금은 (무상급식) 찬성이다"라고 한 것에 대해 유 후보가 "옛날에는 무상급식을 반대하지 않았나. '무상'만 들어가면 무조건 반대했었다"고 하자, "하는 짓이 꼭 이정희(옛 통합진보당 대표) 같다. 우리 주적은 저기라니까요"라고 문 후보와 안 후보를 가리켰다.
◇ '걸크러시' 심상정 홍준표에 "사과하시죠…나이롱맨"
특히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홍 후보가 웃음으로 해당 문제제기를 넘어가려고 하자 "웃어넘기실 일이 아니다. 여성을 종으로 보지 않으면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며 "대한민국 모든 국민 앞에 사과하십시오"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또 홍 후보가 무상급식을 반대했었다가 최근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데에 "말을 바꾸는 것 보니까 스트롱맨이 아니라 나이롱맨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심 후보는 홍 후보와 유 후보가 김대중 정부 시절에 있었던 대북송금사건이나 2007년 북안인권결의안 당시의 상황을 언급하며 문 후보의 안보관을 집중 공격할 때 "도대체 대북송금사건이 몇 년이나 지난 얘기냐? 선거 때마다 나오는 대북송금사건 문제를 아직도 우려먹느냐"고 일갈하며 토론의 시점을 현재로 끌어오기도 했다.
문 후보의 아동수당, 안 후보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 등과 과 관련한 정책 토론에 초점을 맞춘 심 후보는 토론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이날 토론에 대해) 국민들이 좋게 평가해주시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 "3번은 없습니까? 하하" 썰렁한 농담만 남은 안철수
하지만 뜨거웠던 공방에서 눈에 띄는 발언을 하거나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 만세를 하며 '국민이 이깁니다'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밝고 당찬 분위기로 출발했다.
사회자가 질문지 1번과 2번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고 주문하자 "3번은 없습니까? 전 3번 누르고 싶다"며 소리 내 웃었다. 자신의 기호가 3번인 것을 유머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이후 안 후보는 각 후보들로부터 모두 14개의 질문을 받아 문 후보(18개) 다음으로 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원론적인 답변에 그쳐 눈길을 끌지 못했다.
안 후보는 토론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가진 평소의 생각들을 말씀드렸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