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첫 공식 유세장으로 꼽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보수를 살려달라"고 애원한 곳, 연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부랴부랴 다녀간 곳 대구.
보수 텃밭인 대구 지역의 민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공식 선거 운동 이틀째인 18일 대선 후보들의 필수 유세 코스로 떠오른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시민의 표심은 정처가 없었다.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얼굴엔 수심이 그득했고 종종 낮은 한숨을 내뱉었다.
복잡다단한 심경이 밖으로 고스란히 흘러나왔다.
이불 노점상을 운영하는 상인 이모(68)씨는 "누구라고 못 박진 않았어요. 아직까진 결정하지 못 했지. 좀 두고 봐야 알 수 있겠죠"라고 유보 입장을 내비쳤다.
이씨는 이웃 상인 대다수가 자신처럼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장을 보러온 정모(34)씨는 "아직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두 후보 중에 고민 중이에요. 사회를 좀 바꿀 수 있는 사람을 고르려는데 잘 모르겠네요"라고 답했다.
올해 대선엔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며 손사래를 치는 이들도 있었다.
양복점 주인 전재중(56)씨는 "올해는 찍을 사람이 없습니다. 대구 경북 지역에선 나처럼 투표하러 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라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손님 이야기를 들어봐도 '투표 안 한다. 다 싫다'라고 합디다. 뽑을 사람이 없으니 기권한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믿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여당에게 발등을 찍힌 꼴이라며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노점에서 채소를 파는 김모(81)씨는 "박근혜한테 마 질렸다. 마음먹고 찍어줬는데 끝에 가서 저 모양을 만드니까. 머리도 지끈지끈 아프고"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어떤 사람을 찍을꼬. 나는 모르겠다. 3번 후보가 오늘 여기 왔다던데 그 사람은 어떻노?"라며 혼란한 심정으로 되물었다.
◇"文 될 바에 차라리" 安에 몰리는 지역 보수층
이날 대구를 찾은 안철수 후보는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만났다.
낮은 지지율의 보수 후보가 마뜩잖은 상황에서 안 후보를 밀어주겠다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칠곡에 사는 서상숙(71)씨는 "대구는 안철수다. 대통령감이 진짜 없지만 대구에서는 다 안철수 찍어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상인 천모(77)씨는 "목적을 한 사람으로 둬야 안 되겠나. 한쪽으로 힘을 실어줘야지. 다른 사람 찍어주면 안 되고 안철수를 찍어야 한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시민 이하춘(72)씨는 "우리 나이대가 원하는 건 보수다. 대구 경북 쪽은 대략 그렇다고 봐야한다. 원칙적으로 홍준표를 찍어야 하지만 표가 갈라지지까 문제다"라며 "안전하게 안철수를 찍어주자는 말이 많이 나온다. 아무래도 문재인보다는 안철수가 우리 성향에 맞지 않겠나"고 말했다.
◇洪 지지층 "TK 뚜껑 열면 홍준표 지지율 높을 것"
그럼에도 유일한 보수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종종 나왔다.
시민 박모(51)씨는 "안철수도 문재인도 별로고. 홍준표 후보가 말은 마구 하지만 성격이 털털해서 좋죠. 아무래도 자유한국당이 낫지 않겠어요"라고 입장을 밝혔다.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다는 전영숙(71)씨는 "누구를 찍어야 할지 혼란스럽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 때문에 보수를 찍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수 후보는 홍 후보밖에 더 있나"고 말했다.
보수색이 짙은 대구 지역을 사로잡을 구심점이 부재한 탓에 유권자들의 고심은 이례적으로 깊어지고 있다.
투표가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지역 유권자들이 어느 후보에게 표를 던질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