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팀 해지, 계약금 회수 업무까지
-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한솔(故 이한빛 PD 동생), 김민수(청년유니온 위원장)
지난 가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PD의 사연이 최근에 알려지면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케이블TV tvN에 혼술남녀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요. 이 드라마의 신입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PD가 사연의 주인공입니다. 이 PD는 과도한 업무와 인격 모독, 또 권위적인 조직문화 때문에 목숨을 끊은 거다 이런 주장이 제기가 된 겁니다. 어제 유가족과 2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개월 동안의 조사 결과 그리고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28살, 한 젊은 PD의 자살에 이들은 왜 주목하고 있는 걸까요? 오늘 한번 짚어보죠. 먼저 고 이한빛 PD 유족의 입장을 들어보겠습니다. 동생 이한솔 씨 연결을 해 보죠. 이한솔 씨 나와계십니까?
◆ 이한솔>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형, 이한빛 PD. 그러니까 이 tvN에 정규직으로 입사를 한 건가요?
◇ 김현정> 1월에. 보니까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오고 정규직으로 tvN에 입사, PD로. 그러면 언제 숨진 겁니까?
◆ 이한솔> 10월 26일이요.
◇ 김현정> 10월. 어제 기자회견을 들어보니까 과도한 업무, 인격 모독, 권위적인 조직문화, 이런 것들로 인해서 죽음까지 이르게 됐다 이렇게 주장을 하던데. 의심할 만한 근거가 있는 겁니까?
◆ 이한솔> 혼술남녀 첫방 직전에 계약직 촬영 2명, 장비팀 이렇게 대량 교체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상 급하게 촬영을 하는 그러니까 생방 형태로 촬영이 바뀌게 된 거죠.
◇ 김현정> 아주 쫓겨서 촬영을 했다는 얘기에요?
◆ 이한솔> 네. 그 상황에서 이제 가장 자연스럽게 말단에게 매우 많은 팀들의 일들이 다 전가되게 되었죠. 현장보조뿐만 아니라 영수증 처리, 딜리버리 아니면 소품팀의 대부분의 일들. 소품팀 자체가 없어지면서 그 일들을 다 조연출이 맡게 되고 거기에 현장 준비랑 기획까지 다 맡게 되니까 사실상 업무가 과중될 수밖에 없어서 촬영 55일 동안 쉬었던 날이 딱 이틀로 확인될 수 있었고.
◇ 김현정> 55일 동안 이틀 쉬었다, 휴일이 이틀?
◆ 이한솔> 네, 휴일이 이틀이요.
◇ 김현정> 그러면 평소에는?
◆ 이한솔> 수면시간도 한 4시간 자면서 일을 했었어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사측이 내놓은 입장은 이렇습니다. 일단 과도한 근무에 있어서 이한빛 PD는 조연출 중에 신입PD 그룹에 속한다. 거기엔 4명이 있는데 2명씩 2교대로 근무했다. 그래서 다른 프로그램의 신입 PD에 비해 그렇게 강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 이한솔> 사실 2교대라고 했는데 2교대는 사실 형이 B 팀이기는 했지만 A 팀 촬영 준비까지 참여했던 사례도 계속 보이고요. 그 55일 동안. 더불어서 아까 말했듯이 편집도 해야 하고 영수증 처리도 해야 되고 딜리버리도 해야 되고, 그러니까 소품팀 역할도 해야 하고 이 상황에서 A 팀이 촬영하는 날에는 결국은 회사를 나가거나 이런 상황들을 계속 겪어야 됐으니까 쉬는 날에는 회사로 출근해서 마찬가지로 일을 해야 되는 거죠.
◇ 김현정> 규정과 달리 운영이 됐다? 그리고 인격적인 모독과 관련해 회사 측은 말합니다. 이 PD가 팀 안에서 모욕 같은 걸 경험한 적이 없다. 물론 갈등이라는 건 있기 마련이지만 이건 이 PD의 성격과 근무 태만의 문제고 이례적인 수준의 따돌림 같은 게 있었던 건 없다. 인권 침해도 없었다 이렇게 말하는데요?
◆ 이한솔> 회사 측에서 조사한 사람들은 딱 연출팀에 한정돼 있어요. 그런데 보통 조연출이라고 하면 대개 외주나 아니면 다양한 팀들하고 협업을 해서 진행을 하잖아요. 저희가 직접 그런 분들을 따로따로 연락해가면서 발품 팔아가면서 자체 조사를 해 보니 이런 증언을 해 줬어요. 그러니까 다른 조연출 PD들이 일을 책임지지 않아 현장에서 고 이한빛 PD가 많은 업무를 책임져야 했다. 현장에서 통화? 통화 건수가 거의 하루에 94건이 발신만 그렇게 되거든요.
◇ 김현정> 팀 안에서 어떤 모욕이나 인격 모독을 경험했다는 근거는 발견됐나요?
◆ 이한솔> 예를 들면 지각한 날이나 이런 날은 정말로 개xx 이런 비속어들도 카톡방에서 한 7명이 있는 카톡방에서 그랬는데. 문제는 그러면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그랬냐. 그런 것도 전혀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모든 대화들을 되게 비꼬면서 얘기한 것이 계속 확인이 되고 있어요, 카톡방에서.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지금 회사 측에서는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게 자살의 이유까지 되겠는가. 그러니까 업무에 대한 문제 말고 개인적으로 어떤 다른 고통이 있었던 건 아니겠는가,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가족들이 느끼기에는 그 모습들이, 그러니까 이 연출을 하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달랐습니까?
◆ 이한솔> 본인은 관리자이면서도 계약팀이나 이런 사람들이 정리해고가 되고 그리고 사실 너무나 많은 노동 착취가 이루어지는 현장들을 직접 목격해야 했던 거죠.
◇ 김현정> 비정규직들 해고하는 일을 이 PD가 담당을 했다고요?
◆ 이한솔> 계약팀을 해지하고 그 돈도 계약금도 다시 회수해야 되고 그쪽 팀들이 이미 렌트비나 이런 걸로 CJ한테 받은 돈들을 지출했던 상황인데 그 돈을 다시 회수해야 되고 이런 과정에서 형이 직접적으로 참여했던 정황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약간 사채업자가 돈 받으러 다니듯이?
◆ 이한솔> 네, 사실 그런 경우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런 일들을 하면서 좀 괴로워했습니까? 가족들에게도 그런 표현을 좀 했어요?
◆ 이한솔> 네, 그렇죠. 사실은 자기는 관리자로서 그걸 막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자기가 적극적으로 저항하면 결국은 회사에서 '갈굼'이나 눈밖에 나는 상황이잖아요. 그게 너무 애매했다고. 형의 유서에도 그 내용이 정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실명을 드러내고 인터뷰를 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닌데 지금 유족들이 뭔가 절실하게, 간절하게 원하는 바가 있어서겠죠?
◆ 이한솔> 처음부터 저희가 tvN이나 CJ 측에 돈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사실은 진심어린 사과와 형과 같은 사람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어떤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게 형이 원했던 이런 드라마 세계에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람들을 코너로 몰고 혹은 사람을 정말 수단으로 다루고 물건처럼 다루는 이런 행태들, 이런 근본적인 원인들이 스스로 고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형이 정말 바랐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게 사실 유족들이 정말 바라는 바였고 그게 결국 형의 명예를 회복한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오늘 어려운 상황인데 이렇게 인터뷰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관심 가지고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한솔>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한빛 PD의 유족 동생 이한솔 씨를 먼저 만나봤습니다. 사실 저희가 사측인 CJ E&M 측에도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만 사안의 성격이나 유족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회사의 입장을 인터뷰로 반론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이런 답을 받았다는 말씀 전해 드리고요. 이 사건 대책위가 꾸려졌습니다. 대책위를 만나보죠.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 위원장님, 나와계세요?
◇ 김현정> 되기 어렵다는 정규직 PD에요. 비정규직도 아니고 프리랜서도 아니고. 그런데 인격 모독과 업무 때문에 목숨까지 끊었다. 언뜻 들어서는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개인적으로 혹시 좀 나약했던 건 아닌가 이런 생각하시는 분들도 지금 듣는 분들 중에 계실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김민수> 글쎄요, 일단 사건 접하신 분들. 특히 젊은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서 한빛님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면 대부분 하는 얘기가 남일 같지 않다 이런 얘기를 먼저 하거든요. 이한빛 PD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에게 좀 위로를 안기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 이런 꿈을 가지고 CJ에 입사를 했는데 실제로 마주한 현장, 제작현장의 현실은 너무 잔인하고 폭력적이었던 거죠.
◇ 김현정> 잔인하고 폭력적. 드라마 만드는 데 잔인하고 폭력적이라고요?
◆ 김민수> 그렇죠. 어떤 고강도 노동이나 인권 침해를 스스로 겪었을 뿐만 아니라 이게 구조적으로 어떤 제작하는 사람들? 비정규직, 정규직 가릴 것 없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어떤 드라마 제작 시스템 속에서 이한빛 PD가 상상하기 어려운 고뇌와 좌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 김현정> 그 부분인데요. 6개월 동안 조사하신 거죠?
◆ 김민수> 네.
◇ 김현정> 조사를 해 보니 이러이러한 부분들이 참 잔인하더라. 참 폭력적이었다 이한빛 PD가 이해가 됐다 하는 것들 어떤 거 조사하셨어요?
◆ 김민수> 글쎄요. 저도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워낙 많은 사례들이 있는데 일단은 앞서서 동생 분도 말씀해 주셨겠지만 또 어떤…. 쉬지를 못하는 거죠. 이걸 디졸브라고 합니다, 현장에서는. 이게 밤과 아침이 바뀌는 그 사이에서 내가 잠들지 못하고 바로 그냥 아침에 와버리는 그런 상태를 가지고 드라마 제작하시는 분들은 디졸브라 그러거든요. 그러면 이한빛 PD는 이 디졸브 상태를 계속 경험했던 거고 저희가 이 사건을 주목하는 맥락은 이게 CJ E&M이 보유한 채널이 tvN, OCN, 이런 회사들입니다.
◇ 김현정> 거대 미디어 그룹이잖아요.
◆ 김민수> 그렇죠. 1조 5000억에 달하는 매출액을 올리는데 정작 현장에서 제작하는 어떤 종사자들의 현장이라는 것이 이렇게 비인간적이다는 것을 저희는 이제 강조하고 싶고.
◇ 김현정> 일단 잠을 못 잤다는 건 업무 강도가 그만큼 강했다는 거고.
◆ 김민수> 그렇죠.
◇ 김현정> 아까 전에 인격 모독이라든지 뭔가 정신적으로 못 버티게 하는 게 있다 그랬어요. 그런 건 어떤 부분이던가요?
◆ 김민수> 일단은 이한빛 PD 개인의 것으로는 말씀드릴 것도 없고 관리 실태 조사나 연구 같은 것들 살펴보면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어떤 인격 모욕적 발언이라든지 욕설을 경험하는 비율이 약 70에서 80% 정도가 됩니다. 그러니까 이게 말씀드리자면 어떤 군대식 조직문화 '까라면 까',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갈굼', 이런 문화들이 너무 팽배해져 있는 거죠. 갑질 문화 같은 게.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이게 지금 청취자들 문자도 들어옵니다만 2693님. 개인의 자살을 회사가 책임져야 하는 겁니까? 다들 힘들게 직장 생활하는 거 아닙니까란 생각을 가진 분들도 사실은 계시는데. 아까 유족 측은 결국 다들 이렇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게 문제다. 아마 우리 형은 그걸 바꾸고 싶어서, 나라도 그걸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목숨을 던진 것이 아니냐 그런 말씀 하시더라고요.
◆ 김민수> 네, 맞습니다. 일단 저희가 그 CJ E&M의 대처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로 느끼는 것은 고인이 사망하기 전에 CJ E&M이라는 제작 시스템이 고인에게 가한 어떤 구조적 폭력도 있는데 고인의 사망 이후 CJ E&M은 어쨌든 요지는 저희는 유가족 분들과 면담도 계속 진행됐는데 우리는 책임이 없다. 그리고 고인의 개인적인 문제다 맥락으로 책임을 피해 급급한 모습만 보였습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원래 방송국은 이렇게 돌아가는 거야 이런 거에요?
◆ 김민수> 그런 것도 포함하고 개인의 문제다, 이런 식으로 해서 우리는 책임 없다. 이런 걸로 계속 일관하고 있거든요. 일단 가족분들과 대책위가 가장 분노하고 있는 지점은 이 지점이고 다시 한 번 강조 드리는데 저희는 CJ E&M 본사가 이 사건에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과 드라마를 촬영했던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 이런 말씀 다시 한 번 강조드립니다.
◇ 김현정> CJ에서 공식입장을 내놨습니다. 일단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 어떤 조사든지 받겠다 이런 입장을 어제 내놓은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어요. 대책위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세요?
◆ 김민수> 일단 CJ E&M 입장과 관련해서 한말씀 드리면요. 검찰 조사 같은 걸 받겠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경찰 조사는 대책위나 가족분들이 판단할 문제이지 CJ가 거론할 문제라고 보여지지 않고요.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조사 받겠다, 애도를 표한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정작 저희가 가족분들과 함께 이 조사를 수행했는데 어제 연락 한번 없었습니다. 제가 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데 CJ E&M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죄하고 또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좀 다시는 드라마 제작하는 환경에 놓인 분들이 이런 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좀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혼술남녀라는 그 드라마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이 많다는 얘기에요?
◆ 김민수>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 부분이 중요한 거군요. 청취자 김경도님은 작년이었던가요. 고 김홍영 검사가 생각난다. 신입 검사가 비슷한 환경에서 강한 노동 강도, 인격적인 모독 참지 못하고 목숨 끊었던 그 사건 있죠? 그 사건 떠오른다라고 하는 분도 계시고요. 또 방송국이니까란 말로 부조리를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성민 님도 지적하셨습니다. 저희도 관심 가지고 끝까지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민수>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의 대책위에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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