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기 잘못 설치했다 5개월간 가스 흡입 '황당'

피해여성은 호흡기손상 판정…신생아 손녀도 피부 갈라져

문고리는 검게 변색이 됐다. (사진=피해자 제공)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사는 최 모(64) 씨는 최근 5개월 간 이유를 알 수 없는 어지럼증과 구토증상으로 병원을 제집처럼 들락거렸다.

평소 아무런 병도 없었던 터라 대수롭게 여기지 않은 최 씨였지만 병원진단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진단결과는 '가스 흡입으로 인한 호흡기 손상'.

오랜 시간 가스에 노출돼 호흡기가 손상됐다는 의사의 설명에 최 씨는 약 5개월 전 설치했던 가스차단기가 의심스러웠고 최근 점검을 받은 결과 여태껏 차단기 밸브가 잠겨있지 않았던 것을 발견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26일, 최 씨는 화재에 대비해 자택에 가스차단기를 설치했다.


서울도시가스를 통해 차단기를 설치하려 했지만 인근 집들이 동네 수리공 A 씨에게 설치했다기에 자신도 A 씨에게 일을 맡겼다.

최 씨는 A 씨가 서울도시가스 검침원을 통해 차단기를 구입했다는 말에 더욱 안심했다.

하지만 작업을 맡은 A 씨는 동네에서 영세하게 활동하는 수리공이었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최 씨는 보고있다.

최 씨는 "당시에도 A 씨는 '시간이 30분밖에 없어 바쁘다'며 대충 설치하고 떠났다"며 "차단기에 붙어있던 포장지도 자신이 스스로 제거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설치 이후부터 약 5개월 간 최 씨는 가스에 노출된 채 생활을 이어갔고 출산 후 산후조리차 자신의 집에서 머물던 딸과 손녀도 그대로 가스에 노출됐다.

생후 7개월 밖에 되지 않은 최 씨의 손녀는 피부가 붉어지더니 급기야 볼이 갈라지는 증상도 나타났다.

최 씨의 손녀는 생후 1달 째 부터 가스에 노출된 채 생활했다. (사진=피해자 제공)
최 씨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생아라 피검사조차 할 수 없다"며 "손녀가 가스에 노출된 채 두 달이나 생활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호흡기손상 판정을 받은 최 씨는 현재 폐에도 염증이 생겨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5개월 간 가스가 샌 터라 밸브 옆에 있던 베란다 손잡이는 이미 검게 변색되기도 했다.

최 씨는 "A 씨가 가스관련 자격증도 없는 무자격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억울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서울도시가스 관계자는 "가스 차단기나 경보기는 자격증 없이 도시가스 직원이 아닌 개인이 설치해도 된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차단기 설치 시 차단기 모터를 밸브에 견고하게 고정시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차단기가 작동이 안돼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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