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엄마, 불났어"…난민생활이 시작됐다 ② "삽시간에 번졌다"…매입임대주택의 '예고된 피해' (계속) |
화재감식 결과 불이 급격하게 번진 이유 중 하나로 '드라이비트'가 지목됐다.
드라이비트는 단열을 위해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시멘트를 덧바르는 방식으로, 가격이 저렴한 대신 화재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화재 이후 작성된 화재현장조사서에는 "지상 1층 주차장 내부에서 발화해 벽을 타고 천장을 따라 급격히 연소 확대됐으며 외벽 드라이비트를 따라 2층, 3층으로 확대됐다"고 기록됐다.
사용된 자재만 달랐어도 10가구가 집을 잃는 사태까지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인데, 이미 유사한 사례가 지난 2015년에 있었다.
2015년 1월 134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가 드라이비트로 피해가 커진 대표적인 사례다.
의정부 화재 이후 불에 잘 타는 외장 마감재 사용에 대한 제재가 늘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이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 상당수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규정이 적용되기 이전에 매입된 주택은 해당사항이 없는데다, 대전을 비롯한 LH 지역본부에서는 외장 마감재에 대한 기준이 없음은 물론 얼마나 쓰였는지 실태파악조차 안 된 상태다. 역시 매입임대주택을 관리하는 대전도시공사 역시 관련 규정이 없다.
화재가 발생한 매입임대주택을 관리하는 LH 대전·충남지역본부의 관계자는 "드라이비트가 사용된 주택이 전체 매입임대주택의 몇 %인지는 따로 파악되지 않았다"며 "드라이비트 사용이 불법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H 대전·충남지역본부와 대전도시공사가 관리하는 관내 매입임대주택 가구는 7000여 가구에 달한다.
여기에 공동주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스프링클러와 화재감지기 등이 설치되지 않았고, 건물 내 CCTV는 수년 전부터 관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임대주택의 소방시설 부실 문제는 LH 내부 연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은 지난 2015년 LH가 보유 중인 매입임대주택에 대한 진단평가를 실시, 소방항목에 대해 보통 이하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비수도권의 경우 소방시설이 아예 설치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택의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소방항목은 매입임대주택에서 시급히 개선되거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취약계층에 다수 보급되는 건물의 특성상 관리가 더욱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괴정동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8개월 새 화재가 2차례 발생했다. 인천의 한 매입임대주택에서는 3년 간 10여 차례나 화재가 있었다.
매입임대주택이 기존 다가구주택 등을 사들여 빌려주는 형태다보니 다가구주택이 안고 있는 화재 및 재해의 취약성을 그대로 갖고 있고, 고령의 1인가구나 장애인 거주자 비율이 높아 위험에 대한 자체적인 대응도 어려운 편이다.
사업을 담당하는 LH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다하고 있으나 법적 책임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경기도 의왕시에서 발생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에서는 LH에 관리부실 책임을 일부 물은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