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종 판단한 뇌물 액수는 592억원에 달한다.
이로써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해 6개월에 걸쳐 이어져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과 강요, 강요미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제3자 뇌물수수·제3자 뇌물요구,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의혹 규명을 위해 검사 31명 등 150여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재구성해 박 전 대통령을 6회 조사했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등 7개소 압수수색, 30여개 계좌추적, 110여명 관련자 조사 등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기소된 피고인들을 포함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던 '삼성 뇌물' 부분을 모두 그대로 반영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433억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실제 298억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했다가 돌려받은 70억원과 SK그룹에 지원을 요구했던 89억원을 역시 뇌물로 결론냈다.
롯데그룹 관련 제3자 뇌물수수, SK그룹 관련 제3자 뇌물요구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신동빈 롯데 회장으로부터 신규 특허 부여 등으로 면세점 영업이 지속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경영 현안과 관련한 부정 청탁을 받았다.
이어 두 달 뒤 롯데로 하여금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내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최씨와 공모해 SK가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 탈락해 영업을 종료하고 케이블방송업체 CJ헬로비전 인수 과정에서 난항을 겪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최태원 SK회장으로부터 경영 현안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SK 그룹으로부터 최씨가 실소유한 K스포츠재단 등에 89억원을 제공하도록 요구한 정황도 밝혀졌다.
검찰은 결국 박 전 대통령에 대해 433억원과 70억원, 89억원 모두 합쳐 592억원의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신동빈 롯데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지만, 최태원 SK 회장의 경우 실제로 돈이 가지 않은 점을 고려해 무혐의 처분했다.
특수본 공보관 노승권 1차장검사는 "롯데는 금전이 실제 지급이 됐고, SK는 실제로 금전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 일방적으로 돈을 달라는 요구만 받아서 기소를 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SK의 경우 자금 집행을 위한 내부 의결기구인 SK사회공헌위원회에 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제공하는 안건이 아예 상정되지 않은 점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최종 판단한 박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은 18개에 달한다.
특수본 1기 수사로는 ▲ 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 개별기업을 상대로 한 직권남용과 강요(현대차, 롯데그룹, 포스코, KT, 그랜드코리아레저, 삼성, CJ) ▲ 공무상 비밀누설이 드러났다.
여기에 특검이 ▲ 삼성그룹 관련 뇌물수수 ▲ 문화예술계 직권남용·강요 ▲ 하나은행 임직원 인사 개입 정황을 추가한 바 있다.
지난달 재개된 특수본 2기 수사로 추가된 범죄사실은 ▲롯데그룹 관련 제3자 뇌물수수 ▲ SK그룹 관련 제3자 뇌물요구 등 2가지 부분이다.
검찰은 특수본 1기와 특검, 특수본 2기를 거쳐 드러난 박 전 대통령 관련 범죄사실 모두를 공소장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삼성 등 기업들의 자금은 형법상 실체적 경합에 따라 제3자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혐의가 함께 적용됐다.
앞서 특검도 실체적 경합에 따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혐의를 같이 적용했었다.
이에 대해 노 차장검사는 "특검이 굳이 이미 실체적 경합으로 판단했는데 저희가 빼거나 하면 절차적 문제로 공소유지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그럴 필요 있겠냐고 판단해서 실체적 경합으로 의율해 기소했다. 향후 공판 과정에서 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도 직권남용과 특별감찰관법 위반, 직무유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해 지난 1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범죄성립을 다툴 수 있다는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검찰 내부적으로 불구속 기소 의견이 많아 막판 조율 끝에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도 이날 우 전 수석의 처 이모씨를 회사 명의 카드를 일부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운전기사와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불구속 기소했다.
추산 액수는 1억 6천만원 상당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77) 삼남개발 회장에 대해서도 이씨 자매들이 김 회장의 골프장 기흥CC 안팎 땅 1만 4천여㎡를 재산관리인인 이모 전무 명의로 보유한 정황과 관련해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변호사로 활동한 당시 세금 신고 내역과 일가 계좌 등을 확인한 결과 탈세나 투자자문업체로부터 불법 자문료를 받은 의혹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공범관계인 최순실씨에 대해서도 롯데 관련 제3자 뇌물수수와 SK 관련 제3자 뇌물요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