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2일 ‘가깝지만 먼 나라’ 북한의 평양을 향해 떠났다. 육로로는 2시간가량 걸릴 거리였지만 중국을 거쳐야 했고, 돌아올 때 역시 환승과 대기로 하루 이상을 보낸 뒤에야 돌아와야 했다. 한국과 북한이 분단국가라는 점을 분명하게 느낀 2주의 시간이었다.
윤덕여 감독과 여자 축구대표팀에 이번 평양 원정은 ‘위대한 도전’이었다. 조 1위에게만 여자 아시안컵 출전권이 주어지는 가운데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북한을 상대해야 했다. 그것도 적지에서 열린 경기였다. 이번 맞대결 전까지 1승2무14패의 일방적인 역대 전적은 ‘윤덕여호’가 더욱 부담을 갖게 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걱정스러운 요인은 따로 있었다. 선수단이 북한에 가 있는 동안 남북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중 정상회담과 미국 항공모함의 한반도 접근으로 인한 전쟁설이 대두되는 등 ‘냉기류’가 흘러 자칫 북한을 찾은 여자 축구대표팀에 악영향이 예상되기도 했다.
더욱 냉랭해진 남북 관계 속에서 거둔 의미 있는 북한전의 1-1 무승부. 덕분에 이번 예선에서 3승1무를 기록한 한국은 북한과 같은 성적을 거뒀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며 본선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요르단에서 열릴 2018 AFC 여자 아시안컵은 5위까지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준다. 자칫 여자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 무산될 경우 향후 2, 3년의 한국 여자축구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윤덕여 감독은 “아시안컵을 준비하기 위해 선수들과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면서 “WK리그가 개막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 많이 응원해주시면 2019년 프랑스 월드컵에는 더 좋은 경기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계속 경기장을 다니며 선수들을 체크하고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