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트레이드 이후 10일' KIA-SK, 그 결과도 놀랍다

'친구야, 또 할까?' 올 시즌 초반 KBO 리그 전체를 깜짝 놀라게 한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시킨 KIA 김기태 감독(왼쪽)과 SK 염경엽 단장. 트레이드 이후 두 팀은 나란히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자료사진=KIA, SK)
KIA와 SK는 지난 7일 프로야구 판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KIA 포수 이성우(36), 이홍구(27)와 외야수 노수광(27), 윤정우(29)와 SK 포수 김민식(28)과 외야수 이명기(30), 내야수 최정민(28), 노관현(24)이 팀을 바꾸는 4 대 4 대형 트레이드 발표였다.

시즌 초반인 데다 주전급 2명 이상이 포함된 이적이었기에 충격은 컸다. 절친인 김기태 KIA 감독과 염경엽 SK 단장이 일궈낸 합작품이라는 평가 속에 트레이드 손익 계산서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대형 사건 이후 10일이 지난 상황. 과연 트레이드 이후 두 팀의 행보는 어떻게 됐을까. 이 역시 트레이드만큼의 놀라운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완벽한 '윈-윈 트레이드'다. 깜짝 사건 이후 두 팀은 나란히 승률 1위를 질주 중이다. 지난 7일부터 7승2패, 고공 행진을 달리고 있다.

▲'개막 6연패' SK, 트레이드 후 극적 반전

두 팀은 트레이드가 발표된 7일부터 펼쳐진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주말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트레이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 모양새였다.

특히 개막 6연패를 당했던 SK는 트레이드 다음 날부터 NC를 연파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적생들이 당일부터 곧바로 활약하진 못했다. 이적에 대한 후유증과 팀 적응 등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이튿날부터 펄펄 날았다. 노수광은 8일 멀티히트와 멀티득점, 9일 멀티히트에 1볼넷, 득점으로 테이블 세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홍구도 9일 2타점 결승 적시타를 때려냈다.

'눈물은 뚝, 이제 다시 시작이다' KIA에서 SK로 이적한 이홍구(왼쪽), 노수광이 트레이드 당일인 7일 NC와 홈 경기를 앞두고 선전을 다짐하는 모습.(자료사진=SK)
이홍구는 트레이드 이후 5경기에서 타율 6할2푼5리(8타수 5안타) 3홈런 7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노수광은 9경기 타율 2할4푼2리(33타수 8안타)지만 출루율 3할2푼4리에 2도루 5득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SK는 지난주 롯데와 홈 3연전에서 완전히 살아났다. 첫 경기 패배를 당했으나 연이틀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홍구는 13일 포수로서 난타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으나 이날 3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2득점을 기록했고, 노수광은 9회말 무사 1루에서 대타로 나와 중전안타를 때려내 정진기의 끝내기 안타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분위기를 탄 SK는 한화와 대전 원정을 싹쓸이했다. 지난주 5승1패를 거둔 SK는 주간 팀 타율 2위(3할2푼6리), 홈런 1위(10개)의 불방망이를 뽐냈고, 팀 평균자책점(ERA)도 3.32로 2위였다.

개막 6연패를 당했지만 이후 7승1패로 완전히 본 궤도에 올랐다. 최하위에서 승률 5할을 맞추며 공동 5위까지 올라섰다. 트레이드 효과가 극적으로 이뤄진 경우라 할 만하다.

▲과단으로 화룡점정 이룬 'KIA 대권 도전 의지'

사실 이번 트레이드는 KIA가 먼저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홍구가 주춤한 상황에서 포수 김민식에 눈독을 들인 것. 군필인 김민식은 우투좌타에 작전 수행 능력도 갖춘 잠재력을 인정받는 터였다.

SK의 트레이드 이후 워낙 극적으로 변했지만 KIA 역시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주 5연승 포함, 5승1패를 거둔 KIA는 앞선 주 4승1패까지 2주 연속 10개 구단 중 최고 승률을 기록했다.

일단 성적으로 보면 이명기가 눈에 띈다. 이명기는 이적 후 7경기에서 타율 3할4푼8리(23타수 8안타) 2타점 1도루 1득점을 기록 중이다. 13일 두산전에서는 보살과 다이빙 캐치 등 호수비로도 팀 승리에 기여했다.

김민식은 이적 후 8경기 타율 2할2푼2리(18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숫자에 보이지 않는 알토란 활약을 펼친다. 13일 두산전에서 4회 최고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날린 귀중한 적시타가 대표적이다. 포수로서도 빠르게 투수들과 호흡을 맞춰가고 있는 김민식은 9일 한화전에서는 도루를 2번이나 저지했다. KIA 관계자는 "상대 스타트도 좋았는데 그걸 잡아내더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우승 위한 화룡점정?' SK에서 KIA로 이적해 쏠쏠한 활약으로 팀의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는 외야수 이명기(왼쪽)와 김민식.(자료사진=KIA)
KIA는 지난주 승률 1위를 기록했으나 투타만 놓고 보면 성적이 빼어나진 않았다. 팀 타율 2할7푼8리로 6위였고, 팀 ERA는 5.26으로 8위였다. 그러나 승부처 집중력이 돋보이며 접전 상황에서 이겼다.

올 시즌 KIA는 어느 팀보다 대권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지난 겨울 역대 최초로 100억 원 몸값(4년)을 지불하며 최고 타자 최형우를 삼성에서 데려왔고, 해외 진출을 노리던 에이스 양현종까지 우승을 위해 잔류시켰다. 팻 딘이라는 수준급 좌완까지 영입했다.

이런 가운데 KIA는 시즌 초반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웠다. 트레이드는 우승에 대한 뜨거운 열망에 정점을 찍은 발빠른 움직임이었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의지가 선수단 전체에 전해진 모양새다. KIA는 새 식구들이 많아 시즌 초반 공수에서 다소 허점을 보였으나 강한 동기 부여로 단단하게 뭉치고 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고 두 팀의 트레이드가 단행된 지 이제 9경기가 치러졌다. 트레이드 손익을 평가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당사자들의 각성과 팀에 미치는 여파가 시즌 전체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반짝 단기간에 그치는 경우도 적잖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트레이드의 초반 효과는 강렬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연 KIA와 SK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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