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주기, 가요계는 여전히 잊지 않았다

[세월호 3년의 기억 ③] '천개의 바람이 되어'부터 '프레이 포 유'까지

깊게 팬 상처를 지닌 세월호가 참사 3주기를 앞두고서야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한국 사회의 온갖 모순을 떠안은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새 국면도 열렸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더 나은 세상으로 이어질 기억과 성찰의 길을 CBS노컷뉴스가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자식 잃은 부모 물어뜯는 저들은 누구인가
①-ⓑ 왜 우리는 한때 "세월호 지겹다" 외면했을까
② "우린 침묵하면 모두 함께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겪었다"
③ 세월호 3주기, 가요계는 여전히 잊지 않았다
④ 모든 탄압은 '세월호'로 통한다
⑤ 세월호가 보낸 3년, 진실을 밝히는 기록들
<끝>

임형주 '천개의 바람이 되어'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 나는 천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임형주 '천개의 바람이 되어' 중)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던 시기다.


당시 팝페라 테너 임형주는 자신의 대표곡 중 한 곡인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세월호 추모곡으로 헌정했다. 음원 수익금 전액을 유가족에게 기부하겠다는 약속과 함께였다.

이후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추모 분위기와 맞물려 곳곳에 울려 퍼졌고, 많은 이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노래 한 곡이 지닌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케 한 대목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꽤 흘렀다. 16일인 오늘은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는 날이다.

지난 3년간 가요계는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했다. 특히 그동안 많은 뮤지션들이 추모곡을 발표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고, 유가족, 그리고 비탄에 빠진 국민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참사가 발생한 그해 가수 김창완('노란 리본'), 유희열('엄마의 바다'), 신승훈('아이 윌'), 작곡가 김형석('레스트 인 피스'), 윤일상('부디') 등 유명 뮤지션들이 직접 쓴 추모곡을 발표했고, 인디 뮤지션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너를 기다려 네가 보고 싶어 / 교문에 매달린 노란 리본 / 너를 사랑해 목소리 듣고 싶어 / 가슴에 매달린 노란 리본 / 푸른 하늘도 초록나무도 / 활짝 핀 꽃도 장식품 같아 / 너의 웃음이 너의 체온이 / 그립고 그립다 노란 리본' (김창완 - '노란 리본' 중)

포맨 신용재는 단원고 2학년 고(故) 이다운 군의 못다 한 꿈을 이뤄주기도 했다. 이 군이 생전에 기타를 치며 휴대전화에 녹음한 2분 남짓의 미완성 곡을 최대한 원곡의 형태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편곡, 노래를 완성한 것이다.

'사랑하는 그대여 / 내가 만든 이 노래 그댈 위해 / 불러봐요 / 힘이든 그대를 생각하면서 /내가 만든 내 노래 들어봐요 / 오늘도 수고했어요 / 사랑하는 그대여 /사랑하는 그대여' (신용재 - '사랑하는 그대여' 중)

신용재 '사랑하는 그대여'
이듬해에는 1주기를 맞아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의미의 앨범과 추모 공연이 잇달았다. 단순히 애도를 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른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반성하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들이 속속 등장했다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대표적인 예로 가수 이승환의 '가만히 있으라'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어른들의 잘못과 무책임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사고로 희생된 어린 생명들과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곡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날 아침 하늘은 기울었을 테고 친구들은 하나 둘 울었으리라 / 보고픈 엄마 아빨 불렀을 테고 어른들은 나직히 소리쳤었다 / 가만 가만 가만히 거기 있으라 / 가만 가만 가만히 거기 있으라' (이승환 - '가만히 있으라' 중)

안녕바다
세월호 추모곡 발표는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뮤지션들은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곡을 만들고, 앨범에 실었다. 다음은 지난해 발매한 4집에 추모곡 '밤새, 안녕히'를 수록한 안녕바다 멤버들이 기자와의 인터뷰 당시 남긴 말이다.

"4월 16일 그 사건이 벌어졌을 때 핸드폰에 메모를 남겼어요. '유가족, 그리고 바닷속에 잠겨있는 아이들. 모두 밤새, 안녕히'라고 적었죠. 그걸 토대로 가사를 써내려 나갔어요. 노래로나마 기록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었죠." (나무)

"세월호 유가족분들 앞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음악으로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감동을 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는데, 그때 그런 감정을 처음 느꼈죠." (명제), "감히 그분들의 마음을 헤아릴 순 없지만, 조금이나마 아픔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해요." (선제)

치타(사진=JTBC 제공)
래퍼들의 표현법은 조금 더 직설적이었다. 치타(본명 김은영)는 지난해 말 JTBC '힙합의 민족'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곡인 '옐로 오션' 무대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곡의 길이는 세월호 참사 당일을 상징하는 4분 16초, 이후 발표된 음원 수익은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규명이 빠진 진상, 그들은 의지가 없고 / 구경, 하고 다 조작 오보 연기였고 / 그 뒤로 많은 날이 지났지만 오늘도 기억해 / 우린 촛불과 함께 / 밝혀야 할 것들이 남았기에 (중략) 흐르는 세월 속 잊지 않을 세월, 호 / 우리의 빛 그들의 어둠을 이길 거야 / 옐로 리본 인 디 오션 / 진실은 침몰하지 않을 거야' (치타 '옐로 오션' 중)

조관우 '프레이 포 유'
3주기를 맞은 올해도 가요계는 노래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작곡가 김형석은 지난 6일 세월호 추모곡 '그리움 만진다'를 발표했다. 그는 "세월호의 비극 이후 사월은 잔인한 달이 되었다. 꽃이 된 아이들을 그리며 만든 곡"이라고 곡을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 곡의 음원 수익은 4∙16 가족협의회를 통해 전액 세월호 유가족에게 전달 될 예정이다.

가수 조관우는 지난 14일 3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희생자를 위로하는 마음을 담은 '프레이 포 유'를 공개했다. 그는 "유족들과 희생자들의 마음이 이 노래로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희생자들이) 더는 아픔이 없는 곳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밖에 스윗소로우 성진환, 가수 권진원, 걸그룹 러버소울 등이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추모곡을 발표했다. 앞으로도 그 날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한 뮤지션들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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