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제대로 못했던 시스템에 책임 묻기, 치유의 출발점"

[현장] '그럴 때 있으시죠?' 북 콘서트

지난해 출간된 김제동 에세이집 '그럴 때 있으시죠?'
2014년 4월 16일,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명령을 아이들은 믿었고, 구조를 애타게 기다렸으나 결국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손놓고 있었던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은 지금까지도 그 원인을 찾아가는 중이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방송인 김제동의 '그럴 때 있으시죠?' 북 콘서트가 열렸다.

'그럴 때 있으시죠?'는 김제동이 쓴 공감 에세이로 JTBC 손석희 보도 담당 사장, 이해인 수녀 등 각 분야 인사들의 추천과 독자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20만 부를 돌파하며 사랑받고 있다.

일찌감치 세월호 천만인 서명운동에 나섰고, 참사 1주기와 2주기 때 모두 시민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그 날'을 기억하고자 했던 그는 이날 북 콘서트에서도 '세월호'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관객들이 미리 써 놓은 질문에 답하는 코너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세월호 참사'를 언급한 포스트잇을 골랐다.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3주기이고 부활절 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부활하여 웃는 얼굴로 하늘나라에 가는 꿈을 꿉니다"


(사진=김수정 기자)
김제동은 "아직 아홉 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네 명의 아이들, 아빠와 아이들, 선생님 두 분, 제주도 가시던 어머님 한 분이 있다. 거기에 우리가 다 있다. 사실은 '우리'가 다 집에 돌아오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동은 "팽목항이나 목포까지 가시지 못했다고 해서 마음속에 죄의식을 갖거나, '내가 뭘 해 줄 수 있을까' 그런 마음 가지신 걸로 정말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있는 자리에서 마음 보태주고 기도해 주고 그렇게 또 자기한테 잘해주시다가 짬 나면 거기에 가면 된다"고 전했다.

그는 "나도 지겨워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도 괜찮다. 울컥울컥 올라올 때 마음 같이 보여주고, 공감의 힘을 보여주는 게 아이들과 우리들을 다시 살게 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그래야 아이들한테도 면목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꼭 노란 리본을 달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15일) 광화문에서 집회도 열리고 하지만, 희생된 아이들과 어른들을 기억하는 데에 여러분들이 계속 마음을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며 "아이들 기억하려고 모였는데 이렇게 웃어도 괜찮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웃으면서 가야 한다. 그래야 오래 간다"고 강조했다.

김제동은 또한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시스템에 꼭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게 치유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사 일어나고 나서 아이가 학교 반대 방향으로 자꾸 뛰어서 왜 그러냐 물었더니 희생된 친구 집으로 뛰느라 그랬다고 했단다. 친구를 잃었다는 걸 실감 못한 거다. 그때 '정신 차려라',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라고 할 수 있겠나. 같이 뒤에서 그쪽 방향으로 걸어가자. 그런 마음으로 길게, 오래 그렇게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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