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일정 잡았다 혼쭐난 후보들, "일정이 곧 정치"

安 사립유치원 행사갔다 비난받아 文 유림들에게 거센 항의받고 퇴장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사진=자료사진)
"어설픈 일정을 잡았다가는 자칫 실수가 나올 수 있어요. 그래서 여러번 크로스체킹을 하면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어요"

한 대통령 후보 캠프의 일정을 담당하는 담당자의 말이다. 조기 대선 정국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각 후보들이 일정을 잡는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특정 단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행사에 가거나, 동선과 시간이 꼬일 경우에 오히려 안가느니만 못하는 상황이 올 수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지난 11일 '2017 사립유치원 유아 교육자대회'에 참석하면서 벌어진 유치원 논쟁이 대표적이다.

안 후보는 이 자리에서 "대형 단설 유치원 설립을 자제하겠다"고 말한 뒤 현장에 있던 취재 기자들이 소란스러운 와중에 "병설 유치원 설립을 자제하겠다"고 잘못 알아듣고 기사를 쓰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기사는 수정됐지만 삽시간에 "국공립 유치원을 줄이려 한다"는 오해들이 SNS 등을 통해 퍼졌다. 특히 안 후보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로부터 환호와 박수를 받는 영상이 퍼지면서 일부 학부모들의 분노를 샀고, 안 후보는 해명에 진땀을 빼야했다.

주요 팩트와는 별개로 안 후보가 사립유치원 측의 편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져 캠프가 곤란에 빠졌다.

결국 캠프는 지난 14일 학부모들과 함께 간담회를 여는 일정을 잡았으며, 이 자리에서 안 후보는 유치원을 학제개편을 통해 장기적으로 공교육에 편입시키고, 병설 유치원을 대폭 늘리는 보육 공약을 재확인하고 직접 설득에 나섰다.

안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현장에 반응이 뜨겁다고 해서 좋은 일정이 아니다. 특정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집단의 행사에 갈 때에는 더욱 신중해야 하고, 논란의 소지가 없게 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성균관 유림들을 찾아갔다가 축사 순서를 바꾸려다 혼쭐이 났다.

문 후보는 지난 14일 김연근 제32대 성균관장 취임식에 축사를 하기 위해 하얀색 두루마기와 검은 유건을 쓰고 성균관 유림회관에 참석했다.

일정이 지연되자 문 후보가 양해를 구하고 순서를 앞당겨 무대에 올라갔다. 그러자 청중석에서 "뭐야 순서를 지켜야지"라며 거센 항의가 일었고, 결국 문 후보는 사과를 하고 무대를 다시 내려와야 했다.

아무리 바쁜 대선 후보이지만 예를 중시하는 유림들이 보기에는 축사 순서를 바꾸는 것이 도리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문 후보는 신임 관장의 취임사가 끝나고 다시 연단에 올랐지만 청중들의 야유와 항의는 계속됐고, 축사를 겨우 끝낸 문 후보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일정이 타이트하게 짜여져 행사에 가더라도 제대로 참석하지 못하고 나와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며 "유림 행사처럼 안가느니만 못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선 일정을 잘 조정하고 얼굴만 비치는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들을 보며 각 캠프들도 일정을 잡는데 더욱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여러번의 선거를 뛴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선거는 기간도 짧고 팽팽한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된 만큼 자칫 실수가 나오면 치명적일 수 있다"며 "일정이 곧 정치인만큼 후보들의 공약이나 메시지와 잘 조화가 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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