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했지" 유재학의 반성과 대권 재도전 시나리오

'너희들은 잘 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14일 인삼공사와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수들을 박수로 격려하고 있다.(울산=KBL)
울산 모비스의 시즌이 막을 내렸다. 어렵게 출발했고, 우여곡절을 적잖게 겪은 어수선한 시즌이었지만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실패한 몇몇 팀들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시즌이라고 할 만하다.

모비스는 14일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 4강 플레이오프(PO) 61-70으로 졌다. 3연패를 당하며 5전3승제 시리즈를 내줬다. 지난 시즌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무산됐다.

3연패를 했지만 그래도 모비스의 저력은 보였다. 완전한 전력이 아니었지만 최강팀 인삼공사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3차전에서도 모비스는 종료 5분21초 전 양동근의 3점포로 2점 차까지 추격하는 뒷심을 보였다. 다만 승부처에서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으로 밀리면서 챔프전 진출 티켓을 내줬다.

사실 모비스는 사상 첫 챔프전 3연패를 이룬 뒤 지난 시즌부터 엄밀히 따져 우승 전력은 아니었다. 3연속 우승 주역인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서울 삼성으로 한꺼번에 이적했다. 리빌딩을 추진하면서도 모비스는 정규리그 2위의 성적을 냈다.


올 시즌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력의 핵 양동근이 개막전에서 골절상을 입어 정규리그의 절반 가까이 빠지는 악재가 발생했다. 1순위 신인 이종현(203cm)도 부상으로 시즌 후반기에야 가세했다. 찰스 로드의 퇴출과 허버트 힐의 교체 등 외인 선수도 문제였다.

'로드야, 할 수 있겠니?' 올 시즌 모비스는 외국 선수가 수시로 갈리는 어수선한 상황을 겪으면서 전력의 안정화를 꾀하기 어려웠다. 사진은 유재학 감독이 찰스 로드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는 모습. 로드는 퇴출됐다.(자료사진=KBL)
이에 대해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스스로를 탓했다. 유 감독은 "동근이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팀이 4연패로 시작할 때는 예전 오리온의 32연패가 생각났다"면서도 "그러나 국내 선수들이 잘 버텨줘서 그래도 성적이 났다"고 전제했다. 이어 "하지만 외국 선수 교체 타이밍은 내가 잘못한 것"이라면서 "미련을 두고 결정을 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모비스는 올 시즌 앞서 언급한 로드와 힐을 비롯해 네이트 밀러, 에릭 와이즈, 마커스 블레이클리 등 자주 외인이 바뀌면서 전력이 불안정했다. 로드와 와이즈는 불성실한 태도와 작은 신장 등이 문제가 돼 교체됐고, 블레이클리는 규정 탓에 영입이 무산됐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강호들을 누르기는 역부족이었다.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인 구상은 그래서 더 모비스의 다음 시즌에 중요하다. 유 감독은 "이종현에게 맞는 조합을 생각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두 가지 조합 중에서 심사숙고 끝에 선택할 예정이다.

일단 중거리슛을 장착한 장신과 언더 사이즈 빅맨 조합이다. 이종현의 골밑 역할을 염두에 둔 방안이다. 두 번째는 장신 센터와 단신 슈터 조합이다. 이종현이 미들슛을 장착하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유 감독은 "일단 이종현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야 한다"면서 "최적의 조합을 쉬는 동안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모비스 왕조는 짧은 쇠락의 기간에도 2년 연속 4강에 올랐다. 과연 만수(萬手) 유재학 감독의 반성이 다음 시즌 모비스의 권토중래를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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