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유 후보는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강연을 펼치며 '단일화 불가론'을 다시금 굳혔다. "한국당 같이 보수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부끄러운 정당과 단일화하지 않을 것"이며 "안보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국민의당과도 단일화할 생각이 없다"고 완주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경쟁자들을 비판하는 발언도 내놨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왔다갔다 하는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아무리 내가 '꼴보수'라 해도 국가안보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TV 토론에서 '세탁기' 발언으로 첨예하게 대립한 홍 후보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유 후보는 "홍 후보의 정치철학은 옛날식"이라며 "공약다운 공약을 내놓은 게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수당이 재집권하면 국정농단 세력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한 학생의 지적에 유 후보는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점을 늘 깊이 명심하고 있다"며 "유죄 판결을 받은 재벌총수 등에 대해서는 가석방이나 사면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에 반대를 표명했던 유 후보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검찰이 수사를 잘 하지 않았다는 의심도 들었지만 영장발부 여부는 검찰과 법원의 손에 달린 것이기에 국회의원이 의견을 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강연은 박홍규 교수와 학생들이 기획한 '대선후보와 소통하다' 시리즈의 일환이다. 유 후보 섭외를 맡은 김금혁 학생은 강연 시작 전 "안 후보에 비해 인지도나 화제성이 떨어질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이날 유 후보의 강연엔 안 후보 때 못지않게 많은 학생들이 참석했다. 200여석의 좌석은 만석이었고 상당수 학생들은 강연내내 서 있으면서도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유 후보는 개혁적인 정책행보와 '토론의 달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아서 고민이 크다. 한국갤럽의 이날 여론조사에서는 3%를 기록해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지지율 침체에 대해 유 후보는 "보수민심은 아직 방황하고 있다"며 "남은 기간 보수 유권자층이 저를 새로운 보수의 대표로 인정해주시면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