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지구 자기장과 강력한 대기층이 보호막을 형성, 치명적인 태양풍을 막아주기 때문에 아직도 바다세계를 유지할 수 있다.
과거 금성과 화성에도 바다가 있었지만 연약한 대기와 온실효과로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다. 바다는 생명이 시작된 곳이다. 때문에 그동안 태양계 안에서는 지구만이 생명을 갖고 있는 '고독한 존재'라고 여겨져왔다.
미항공우주국(NASA: 나사)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13일 워싱턴 본부에서 이같은 통념을 깨는 중대 발표를 했다. 지구 말고도 태양계에서 아직도 바다세계를 유지하고 있는 행성이 있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행성의 달에서 '바다세계'가 발견됐다.
나사는 이날 목성의 달인 '유로파'와 토성의 달 '엔켈라두스'의 얼음층 아래 거대한 바다세계가 존재하고 있으며, 여기서 생명체가 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두 개의 별도 조사를 취합한 것인데, 토성 탐사선인 카시니 호는 엔켈라두스, 허블 우주 망원경은 유로파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두 위성에서 모두 비슷한 결과가 관측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카시니 호는 이 호랑이 줄무늬의 틈을 뚫고 물기둥(수증기: Plume-깃털 모양이라는 뜻)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카시니 호는 이 물기둥에 근접 비행하면서 분광계 분석을 통해 여기에 풍부한 수소분자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수소분자는 엔켈라두스의 바다와 그 아래 암석층으로 된 핵 사이에서 이뤄지는 열수 반응(hydrothermal reaction)을 통해 생성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소가 중요한 이유는 수소분자가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생명이 살기 위한 조건으로는 물과 생명 활동 에너지, 그리고 적절한 화학물질 등이 손꼽힌다. 이 화학물질에는 탄소와 수소, 산소, 질소, 황, 인 등이 포함된다.
햇빛을 에너지로 이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 미생물들은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메탄을 생성하는 '메탄 생성반응'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추가 연구를 통해 황과 인까지 발견된다면 엔켈라두스는 생명이 발현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카시니 호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헌터 웨이트 박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제 엔켈라두스는 생명이 살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면 태양계 내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로파에서는 지표면에서 가장 따뜻한 지점에서 물기둥이 솟아나는 것이 두 번이나 포착됐다. 같은 지점에서 물기둥 현상이 두 번 포착됐기 때문에 해당 지점은 생명이 살 수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나사는 오는 2020년 '유로파 클리퍼 미션'을 통해, 유로파에 있는 바다세계가 생명이 발현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생명이 살아가기에 유로파가 엔켈라두스보다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목성의 위성인 가니메데와 칼리스토, 토성의 미마스와 타이탄, 해왕성의 트리톤, 그리고 명왕성에도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나사의 과학 연구 관리책임자인 토마스 저버첸은 "이번 두 연구 결과는 나사가 수행하는 연구 임무들이 서로 연결돼 있으며, 우리가 정말로 '고독한 존재'인지 아닌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데 더욱 가까이 갈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태양계 안에서도 지구가 고독한 존재가 아닐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