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만취 상태의 손님의 카드를 훔쳐 현금을 인출한 뒤 길가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유기치사·절도)로 노래방 종업원 백모(26) 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백 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6시 50분쯤, 자신의 영업장에서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손님 이모(32) 씨의 신용카드에서 현금을 인출한 뒤 길가로 내쫓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백 씨를 도와 돈을 훔치고 손님 이 씨를 노래방 밖으로 나른 또 다른 종업원 황 씨와 친구 김모(25)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백 씨와 황 씨는 만취 상태로 잠든 이 씨의 카드에서 총 3차례에 걸쳐 140만 원의 현금을 인출했고 이후 이 씨가 일어나지 않자 백 씨는 자신의 친구 김 씨의 도움을 받아 이 씨를 길가로 내보낸 뒤 퇴근했다.
길거리로 내몰려진 이 씨는 7시 20분쯤 길을 가던 시민에 의해 발견됐고 시민이 경찰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다음날 숨을 거뒀다.
부검결과 이 씨의 사인은 과음으로 인한 무호흡증이었다.
경찰관계자는 "노래방 종업원인 백씨는 손님을 보호할 '계약상 부조 의무'가 있다"며 "경찰에 신고하거나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이 씨를 방치했기 때문에 유기치사 혐의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손님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카드를 가져와 현금을 인출했다면 명백한 절도”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숨진 이 씨의 유가족은 경찰의 초동수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유가족 측은 “절도혐의는 유가족이 휴대전화에 온 메시지 등을 확인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경찰이 알게 됐다”며 “경찰의 초동수사에 너무나 큰 문제가 있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검찰은 백 씨에 대해선 유기치사와 절도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예정이며 나머지 공범에 대해서도 절도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