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연희 강남구청장, 박사 논문 '표절' 논란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그의 박사학위 논문(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지난 2004년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을 짜깁기하거나 정부 보고서를 그대로 베껴쓴 것으로 드러났다.

신 구청장이 '문재인 비방글'을 올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고발된 데 이어 논문 표절 시비에까지 휘말리면서 공직자로서의 자질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해당 논문의 제목은 '한국 노인복지 정책방향 전환에 관한 연구'다. 신 구청장은 지난 2004년 이 논문으로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 심사 당시 신 구청장은 서울시 고위 공무원이었다.

13일 CBS노컷뉴스가 표절 검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확인해봤더니, 논문 전체 1399개 문장 가운데 최소한 267개 문장이 정확한 출처 표기 없이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 따르면 타인의 연구 내용을 출처 없이 그대로 활용하거나, 일부 단어·문장 구조를 변형하더라도 출처를 표시하지 않으면 표절이다.

서울대 등 학계에서는 여섯 단어 이상 연쇄 표현이 일치하거나, 연속적으로 두 문장 이상을 인용 표시 없이 사용한 경우도 표절로 보고 있다.

위는 신연희 구청장의 논문, 아래는 김모씨의 석사 논문(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신 구청장은 크게 다섯 개의 논문을 짜깁기한 것으로 보인다. 신 구청장의 논문 서론을 보면 '사회복지란 사회구성원이'로 시작되는 문장이 있는데, A 대학 김모 씨의 석사 논문(2000년)과 내용이 똑같았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다섯 문장이 정확히 일치했는데, 신 구청장은 출처를 표기하지 않았고 각주를 달지도 않았다. 심지어 참고문헌 목록에도 김 씨의 논문 제목을 적어 넣지 않았다.

위는 신연희 구청장의 논문, 아래는 김모 교수의 단행본(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노인문제 증가 원인을 다루는 단락에서도 표절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1994년 출간된 김모 교수의 단행본 내용과 신 구청장의 논문 내용이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부분까지 똑같았고, 각주에 달린 부연 설명마저 김 교수의 저서 내용과 일치했다.

위는 신연희 구청장의 논문, 아래는 신모 교수의 논문(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서울시립대 연구윤리 규정' 4조에 따르면 연구자는 자신이 직접 확인하지 않은 타인의 연구성과를 인용해서는 안 되고, 재인용이 불가피할 경우 반드시 재인용 사실을 밝혀야 한다.

그러나 신 구청장은 해외 연구자의 도표를 재해석한 신모 교수의 논문(2001년)을 사실상 베껴쓰면서 재인용 사실조차 밝히지 않았다. 신 교수의 연구 결과를 마치 자신의 연구 결과처럼 표절한 것이다.

위는 신연희 구청장의 논문, 아래는 이모씨의 석사 논문(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신 구청장의 논문에서는 B 대학 이모 씨의 석사 논문(2001년)과 완전히 일치하는 부분도 있었다.

'기타 소득이 증가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어야 할 문장을 '기타 소득의 증가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잘못 적은 오타까지도 똑같았다.

위는 신연희 구청장의 논문, 아래는 국무조정실 보고서(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신 구청장이 자신의 연구 결과를 담아내야 할 '제언' 부분에서마저 기존에 발표된 정부 보고서를 표절했다는 것이다.

신 구청장은 지난 2002년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고령사회에 대비한 노인보건복지종합대책' 보고서를 무려 10쪽에 걸쳐 베껴쓴 것으로 나타났다. 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지역별로'라고 써야 할 단어를 '역별로'라고 잘못 쓰는 실수도 했다.

그렇다면 신 구청장의 논문은 어떻게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

당시 지도교수였던 서울시립대 박모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내가 옆에서 지켜보면서 몇 번을 고쳐주고, 제목도 몇 번을 고쳐줬다"며 "일부 그런 것(표절)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엄청 노력을 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까지만 해도 요즘처럼 엄격하게 검증은 안 했던 걸로 안다"며 "만약 (표절이) 사실이라면 그땐 도저히 우리가 파악을 잘 못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대 연구윤리 규정은 지난 2007년에 제정됐기 때문에 신 구청장이 당시 논문 규정을 어겼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규정이 정비되지 않았다고 표절이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특히 논문 표절이 이뤄진 시점이 신 구청장이 서울시 고위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던 때여서 도덕적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보인다. 신 구청장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학력을 '행정학 박사'라고 소개했고, 구청장에 당선됐다.

CBS노컷뉴스는 신 구청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신 구청장은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려움이…. 제가 지금 고발 당한 입장 아닙니까"라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후에도 문자메시지를 보내 해명을 요구했으나 끝내 답변을 받지 못했다.

고위 공직자 후보가 논문 표절에 따른 자질 논란에 휩싸여 낙마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정도로 논문 표절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문대성 전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논문 표절이 사실로 드러나 박사학위가 취소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고위 공무원이 이런 논문을 써서 학위를 받았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며 "해당 대학에서 박사학위 취소나 징계 등을 충분히 검토할 만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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