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선이 진보·보수 이념구도와 영·호남 지역 구도에 기반을 뒀다면, 이번 조기 대선은 두 후보간 야-야(野野) 대결로 흘러가면서 판세변화는 예측불허다.
두 후보 모두 전국에서 지지받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일성이지만, 양 캠프는 전통적으로 대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던 충청권과 판세변화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호남권 표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먼저 호남 민심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압도적으로 선택하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역할 부재를 꾸짖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는 현정권에 대한 실망과 적폐청산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민주당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선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현재 호남은 처음 맞는 야-야 대결 앞에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할 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MBN·매일경제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전국 성인남녀 1525명을 대상으로 유.무선(10%, 90%)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95%, 신뢰수준±2.5%), 문 후보는 44.8%로 36.5%를 기록한 안철수 후보를 8.3%p 따돌렸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문 후보가 앞섰지만 문제는 오차범위 내외의 근소한 우위를 보였다는 점이다.
특히 호남에서 문 후보(48.9%)와 안 후보(43.3%) 지지율 차이는 5.6%p였다. 전주에 비해 격차가 1%p 벌어졌지만, 호남이 전통적으로 될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투표'를 해온 점을 감안하면 표심의 향방은 언제든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 의뢰로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중 호남권에서 안 후보(50.7%)가 문 후보(39.9%)를 10.8%p나 따돌린 것도 출렁이는 호남권 민심을 반영한다.(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유무선 전화 RDD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 응답률 19.3%)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호남을 두고 쟁투(爭鬪)를 벌이는 것도 쏠림현상이 예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은 단순하게 한 지역의 의미를 뛰어넘어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출향 민심도 감안해야 하는 전략 지역이다.
민주당이 당내 경선 첫 격전지로 호남을 선택하고, 국민의당 역시 광주에서부터 경선 대세몰이를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적폐세력과의 연대"로 규정하고, 박근혜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는 것도 결국은 호남민심 잡기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호남의 적자는 민주당이다. 지난 총선 때 따끔하게 야단을 맞았지만 호남 유권자들은 진정한 정권교체의 적임자가 누군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범보수 진영으로부터 공격받은 안보관을 해소하는 한편 적폐청산 프레임을 강화해 안 후보와의 차별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지난 총선에서 승리한 지역 기반을 최대한 활용해 '문재인 대세론'을 꺾겠다는 계산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안 후보와 김성식 전 정책위의장을 제외하고 지역구 의석 25석 중 23석을 호남에서 싹쓸이했다.
이에 따라 안 후보 지지 유세는 물론 주말에도 소속 의원들을 자신의 지역구에 모두 내려보내 반문(反文)정서를 강조하며 기반 다지기에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안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호남민심은 호남을 넘어 수도권 표심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우리 당의 총자산인 지역구 의원들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충청·세종도 상황은 복잡하다.
여론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4월초 안 후보가 국민의당 최종 후보로 선출되면서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문 후보를 압도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로 이어지던 일명 '충청대망론'이 문 후보보다는 안 후보쪽으로 이동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4월 둘째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44.6%)가 다시 안 후보(32.0%)를 앞서는 등 혼전이다.(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충청 현역 의원이 전무한 국민의당은 충청 선대본부를 지원하기 위해 김동철·황주홍·김관영 등 호남 의원들은 물론 충청에 연고가 있는 신용현·오세정·김수민 비례대표 의원들도 대거 배치했다.
안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충청지역 여론조사 결과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며 "호남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 가장 변수가 많은 곳"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선대위 관계자 역시 "충청에서 안희정 지사 지지층 일부가 이탈했지만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적폐청산에 공감하는 많은 분들이 문 후보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호남의 '쏠림투표'와 충청의 '캐스팅보트'를 겨냥한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치열한 경쟁은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