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북한과 ‘벤치클리어링’,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지난 7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2차전에서는 두 나라 선수의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당시 가장 북한 선수들과 신경전을 펼쳤전 임선주는 양쪽의 신경전은 경기 전부터 있었다고 털어놨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우리가 ‘이기자’ 그랬더니 북한 선수들은 ‘죽이자’고 하더라고요”

지난 7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2차전. 이 경기에서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후반 30분 장슬기(인천 현대제철)의 짜릿한 동점골 덕에 1-1 무승부를 거뒀다.

조 1위에게만 여자 아시안컵 본선 출전권이 주어지는 만큼 남과 북의 대결은 사실상의 ‘결승전’ 분위기로 치러졌다. 이 때문에 적지에서의 무승부는 사실상 한국의 승리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적지에서 거둔 1-1 무승부보다 큰 관심을 받았던 것은 경기 초반 마치 야구의 ‘벤치클리어링’을 연상하게 하는 두 나라 선수들의 신경전이었다. 전반 5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내준 페널티킥을 골키퍼 김정미(인천 현대제철)이 막았고, 공을 따라 달려든 북한 선수의 의도적인 충돌에 양 팀 선수가 날카로운 기 싸움이 한동안 펼쳐졌다.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당시 상황에서 수비수 임선주(인천 현대제철)이 가장 흥분해 북한 선수들과 싸웠다고 입을 모았다. 대회를 마치고 13일 낮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임선주는 CBS노컷뉴스와 만나 “사실 경기 전부터 북한 선수들과 다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기 싸움을 하려고 우리가 ‘이기자’라고 했더니 북한 선수들이 ‘죽이자’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도 “죽여”라고 하며 소리 지르고 웃으며 싸웠다”고 밝힌 임선주는 “막상 경기장에 들어가니 북한 선수들이 경기 전 악수를 할 때 툭툭 치고 가니까 더 화가 났는데 (김)정미 언니한테 위험하게 하니까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진 남북대결은 생각 이상으로 치열했다. 임선주는 “경기 중에 나 때문에 이가 부러지고 입술이 찢어진 북한 선수가 있었는데 경기 후에 괜찮은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우리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악수만 하고 나가길래 인사를 하지 못했다”고 살벌했던 경기 후 분위기도 소개했다.

후반 30분에 터진 장슬기의 동점골은 김일성경기장을 찾은 5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순식간에 멈추게 만들 정도로 값진 결과였다. 사진은 지난 7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경기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0-1로 뒤진 후반 30분 짜릿한 동점골로 5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과 함성을 단번에 잠재운 장슬기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장슬기는 “경기장에 응원 소리가 정말 컸다. 지금까지 다녀본 어느 경기장보다 단합이 잘되는 최고의 응원을 봤다”면서 “그런데 동점골이 들어가니까 우리를 응원했던 스태프와 기자들 목소리만 들릴 정도로 갑자기 조용해졌다. 너무나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20대 초반의 장슬기에게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북한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하지만 장슬기는 “가깝지만 멀게 느껴지는 북한이지만 처음에만 낯설었지 모든 것을 우리에게 세심하게 맞춰줬다. 무엇보다 밥이 가장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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