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 앞에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 소속 KBS, MBC, SBS, YTN, OBS 등 노동자들이 모였다. SBS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할 대선 후보들을 맞기 위해서였다.
언론노조는 현재의 정권편향적인 언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특히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꿔야 하고, 해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언론노조는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할 '제19대 대선 미디어 정책 제안서'를 준비하기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각 지·본부 소속 노동자들과 인사를 한 뒤, 정책 제안서를 받아들고 "(언론 현안 해결을) 제가 확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피켓을 찬찬히 들여다 본 뒤,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과 만나 "KBS, MBC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와 해고자 복직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각종 언론 현안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힘내십시오!"라고 격려했다. 정책 제안서를 받고 나서는 "잘 챙기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양 측에 서 있던 노동자들에게 악수를 건넸다. 김 위원장이 정책 제안서를 건네며 "2012년에도 정책 협약식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문 후보는 "기억하고 있다"며 "공약에 잘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후보가 언론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의사 표시를 한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피케팅을 하는 언론 노동자들을 지나치고 아무 말 없이 들어갔다. 물론 언론노조의 정책 제안서도 받지 않았다.
모든 후보들이 입장하고 난 뒤, 김 위원장은 " 대부분의 후보들은 언론문제 공감하고 지금의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언론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정책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언급도 없이 지나쳐 간 홍 후보를 두고는 "언론노조와 선을 긋겠다는 것인지 현 언론 상황에 만족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추후 의견서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 언론노조의 '미디어 정책 제안', 어떤 내용 담겼나
언론노조의 8대 정책 제안은 △언론적폐 청산 △미디어 규제체제의 개혁 △공영방송의 자율성 강화 △공적 소유 언론의 정상화 △민영방송의 공적 책임 강화 △미디어 광고시장의 공적 영역 확보 △미디어의 지역 다양성 강화 △미디어 다양성 보장을 위한 공적 기금 신설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발생한 '해직언론인 복직'을 중심으로 한 '언론적폐 청산'이 단연 첫 손에 꼽혔다. 정치권의 입김을 덜 받는 사장을 선임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안 통과, 신문 및 뉴스통신사의 편집권 독립 복원 위한 법 개정, 종편 특혜 철폐가 큰 줄기다.
이밖에도 노동자와 이용자 권리 강화를 위해 미디어 규제·진흥 체제 재정립을 위한 범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개혁위원회' 설치, 이미 이용자들에게 '언론'으로 인식되고 있는 '포털'에 대한 공적 책임 부여, 공영방송 이사회와 시청자위원회의 역할 분리 확립, 인터넷 광고시장의 공공성을 확보할 제도적 방안 구축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언론노조 김동원 정책국장은 "가장 어려운 시장일수록 공공성의 책무가 더욱 더 중요해진다고 생각한다. 이 책무는 2가지인데 기본적인 노동의 권리와 대가를 요구하는 것,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시청자·독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측과 정부로부터 가장 기본적인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다음주 초쯤 정책 제안서를 각 대선 후보 캠프에 직접 전달하고 협약식 맺기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