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브라이언트, 앤소니 리조, 벤 조브리스트 등 시카고 컵스의 타자들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정규리그와 월드시리즈를 뜨겁게 달궜다. '염소의 저주'를 깬 그들을 류현진이 만난다. 류현진의 2017시즌 두번째 등판 경기의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시카고 컵스다.
LA 다저스의 5선발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리는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지난 2년동안 어깨와 팔꿈치 부상 때문에 1경기 출전에 그쳤던 류현진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스프링캠프를 건강하게 마쳤고 지난 8일에는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시즌 첫 등판에 나서 4⅔이닝 6피안타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5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이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선발투수들의 첫 경기 투구수를 조절해줬기 때문이다. 클레이튼 커쇼, 마에다 켄타를 비롯한 다저스 선발투수 가운데 시즌 첫 경기에서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진 투수는 없다. 류현진은 77개의 공을 던졌다.
야구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브룩스베이스볼'에 따르면 류현진은 콜로라도전에서 평균 90.4마일(시속 145.5km)의 직구 구속을 기록했다. 구속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면서 두번째 등판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또 류현진은 평균 82마일(시속 132km)의 체인지업 구속을 찍었다. 직구와 적절한 구속 차이를 보이며 서로의 위력을 증폭시켰다. 체인지업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86.7%로 류현진이 던진 구질 중 가장 높았다.
충분히 자신감을 회복할만한 경기 내용이었다. 또 코칭스태프에 신뢰를 주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첫 경기의 긴장감 혹은 오랜만의 실전 등판 때문이었는지 투구수가 60개를 넘자 구위가 다소 떨어진 기색이 역력했다. 구속도 줄어들었다. 5회에 솔로홈런을 포함, 3안타 1볼넷을 허용한 이유였다.
류현진이 경기 초반에 무너지지 않는다면 두번째 등판 경기의 투구수는 지난 경기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만만치 않은 시카고 컵스 타자들을 맞아 경기 중후반까지 꾸준히 힘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카고 컵스 '더 이상 꼴찌가 아니다'
류현진의 다음 상대 시카고 컵스는 난적이다. 막강한 타선을 보유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류현진은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통산 2경기에 등판해 12⅓이닝을 소화, 평균자책점 2.92를 올렸고 리글리필드 원정에서는 1승을 챙기기도 했다.
당시 시카고 컵스는 리빌딩 중이었고 지금은 리빌딩을 완성한 상태다.
류현진이 크게 활약했던 2013년과 2014년 시카고 컵스는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2년간 승률은 42.9%(139승185패)에 머물렀다. 류현진이 쉬었던 2015년과 2016년에는 승률 61.7%(200승123패1무)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62경기 체제에서 가장 높은 승률 64.0%를 기록했다.
시카고 컵스 타자들은 왼손투수에 더 강했다.
지난해 오른손투수 상대 타율은 0.252(20위),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는 0.759(9위)였다. 왼손투수를 만났을 때는 타율과 OPS가 각각 0.267(7위), 0.807(2위)로 치솟았다.
아직 표본은 적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경향이 뚜렷하다. 오른손투수 상대 타율은 0.212(22위), OPS는 0.610(28위)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왼손투수를 만나면 타율 0.379(2위), OPS 1.037(3위)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한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비롯해 월드시리즈 MVP 벤 조브리스트, 천부적인 야구 감각의 소유자 하비에르 바에스 등 왼손투수에 강한 타자들이 많다.
반대로 간판타자 중 한명인 좌타자 앤소니 리조는 왼손투수에 더 약한 정상 스플릿 경향을 보이고 있다. 왼손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더가 위력적일 경우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시카고 컵스의 선발투수는 왼손투수 브렛 앤더슨이다. 지난해까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류현진이 빠진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채웠던 선수다. 시카고 컵스와는 반대로 LA 다저스 타자들은 왼손투수에 더 약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