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 또한 같은 법정에 섰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이대 총장이었던 최경희 피고인은 철저하게 자신의 책임을 아래 직원들한테 떠넘기는 전략으로 임했다.
최 전 총장은 "자신이 학교 책임자로 있을때 벌어진 사건으로 다른 선생님들까지 재판에 서게돼 죄송하다"고 했지만 나머지는 모두 자신의 혐의를 발뺌하는 모두 진술이었다.
최 전 총장은 "(이대가 130년 전통의 명문 사학이지만) 현재 대학의 현황을 보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재판장이 꼭 이해해 주길 바란다"며 "우수한 학생은 외국에서라도 데려와야 하는게 현실이었고 총장으로서 우수학생 유치를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최 전 총장은 "그런데 총장 취임 한달만에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정유라)가 왔다는 보고를 남궁곤 당시 입학처장으로부터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며 "나도 기뻤다"고 거듭 주장했다.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학교에 입학해 학교 위상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였다는 것이다.
또 "다만 당시 정유라 씨가 정윤회 씨 딸이라는 사실이 오르내려 우리는 절차만 공정하게 하면 된다"고 남 전 처장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 전 총장은 "요즘 대학 입학, 학사 행정은 총장이 '이래라 저래라' 지시에 의해 이뤄지지 않고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이뤄진다"며 "나는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전 총장은 특히 정유라 씨 학부모인 비선실세 최순실 씨를 면담한 사실에 대해 "이대는 다른 대학에 비해 학생들에 대한 상담 제도가 잘돼 있다"며 "최순실 씨가 직접 '무엇을 봐달라. 해달라' 한 적이 없고 총장이기 전에 교수였기 때문에 어떤 학생이든 상담을 원하면 만나준 것 뿐"이라며 혐의를 잡아뗐다.
이와 관련 최 전 총장 변호인은 "최 전 총장은 대부분 권한을 아래로 위임해 시스템으로 움직이는데 특검이 총장이 얘기하면 모든 교수들이 따르는 것처럼 공소사실을 기재했다"며 혐의를 아랫 직원들에게 떠넘겼다.
또 "특검이 정유라 입학.학사부정 비리를 국정농단의 큰 범죄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단순 학사 징계 사건을 마치 나라에 큰 해악을 끼친 대학내 구조적 비리나 개인 범죄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남궁곤 입시 면접위원들에게 "금메달입니다. 금메달요"
남 전 처장은 정유라 씨가 서류 심사에서 9등에 그치자 면접 지참서에 없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가져오게 했는가 하면 면접 심사위원들에게는 사전에 정윤회 씨 딸 유라씨 가 지원한 사실을 고지하고 유의해 평가해줄 것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남 전 처장은 특히 면접 위원 등에게 "우리 학교에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지원한 것 아시죠. 금메달입니다. 금메달"하며 정유라 씨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할 것을 사실상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유라 씨는 면접심사에서 1위로 올라섰고 서류, 면접을 포함한 종합성적 6위로 이대에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서류심사에서 정 씨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던 모 여고의 싱크로나이즈 팀은 면접 점수에서 정 씨에게 밀려 낙방의 고배를 마신 정황이 드러났다.
특검 조사에서 이대 입학처 일부 인사들은 남 전 처장의 무리한 정 씨 입학개입에 반대나 경고 입장을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날 재판에서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4명의 이대 교수 가운데 이 모 교수 한 명만 혐의 사실을 시인했고 나머지 4명을 범죄 사실을 다투겠다고 예고했다. 또 최순실 씨의 부탁을 받고 대리 시험을 소개해준 서울 모 대 하정희 교수도 혐의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