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증폭되고 있는 이른바 ‘4월 위기설’을 바라보는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선제타격’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점에 일단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비핵화한 한반도를 원하지만, 북한 정권을 교체할 목표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중국내 전문가들의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이 칼빈슨 항모전단 배치 등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경고’ 내지 ‘위협’일뿐, 미군의 선제공격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하다는 설명이다.
중국 외교부가 칼빈슨 전단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현재 상황에서 관련 각국이 자제하고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며 원론적인 입장표명에 그친 것도 중국 정부가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이 북한의 오판을 유도해 자칫 국지전과 같은 ‘돌발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에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장퉈성(張沱生)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센터 주임은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 양쪽 모두 전쟁을 촉발하려 하지 않겠지만 작은 오판이나 사고가 한반도에 전쟁을 가져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가장 쉽게 벌어질 수 있는 ‘돌발상황’이라면 역시 북한의 무력도발과 6차 핵시험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북한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이 오는 15일이어서 북한 내부 체재 결속을 위한 오판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 中 ‘쌍궤병행’에 의한 신(新)6자회담 틀 만들기에 전력할 듯
중국 역시 현재와 같은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가 계속되는 것은 결코 원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해 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입장에서는 독자 권력구도 재편의 하이라이트가 될 오는 11월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조그마한 외부변수도 없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극히 제한돼 있다.
이런 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8일 양회기간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핵문제 해법으로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제시했다.
왕 부장은 미국과 북한을 ‘마주보고 달려오는 열차’에 비유하며 중국이 양국이 정면충돌하지 않도록 철로를 갈라놓겠다며 대화 중개인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북한이 김정은 정권 들어 더욱 핵무기 개발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과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선핵포기에 강경한 상황은 중국의 쌍중단, 쌍궤병행 전략을 공허한 메아리로 만들었다.
더구나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앞세워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요구해 와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예전만 같지 못한 현실은 중국을 더욱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11일 한국을 방문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북한이 내정 간섭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태도에서 작지만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점은 중국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언론인터뷰에서 “북한 수뇌부의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라며 "그 지점에서 아마도 대화가 유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선다는 조건이긴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아예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큰 변화다.
중국 입장에서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선핵포기라는 전제조건 없이도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도록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잡게된 것이다.
중국은 미·중·북이 참여한 3자 회담 형식으로 시작한 뒤 기존의 6자회담 형식으로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사라진 6자회담의 틀을 복원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북한을 6자회담에 참여시키기 위해 원유공급을 중단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김정은의 북한이 대화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부분적인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일단은 중국이 대화의 틀을 만드는 시간적 여유를 보장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중국의 노력에도 북한과의 대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 중국이 더이상 강력한 대북제재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은 미국이 거둔 성과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선제타격 제안에 암묵적 동의를 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한국을 방문한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혼란이 생기는 것을 단호하게 반대하며, 무력사용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설사 중국이 선제타격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그 시기는 모든 대화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베이징 외교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 변수는 북한, ICBM 개발시 중국 중재노력 물거품
하지만 중국의 이 모든 시도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북한이 적어도 핵무기 보유나 ICBM 개발 완료를 선언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이 ICBM 개발 성공을 선언하게 되면 현재의 북핵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뒤바뀌게 된다.
ICBM 개발은 북한이 직접 미국 본토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 직면하는 것을 그대로 보고 있을리 없다.
미국이 북핵문제를 자국 안보와 연관시킬 수 있게 되는 순간부터 중국도 더 이상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주장할 명분을 잃게 된다.
중국으로서는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다. 일각에서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내 최소한 핵무기 개발의 속도를 늦출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4월 위기설 긴급 점검=미국 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