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사로잡을 '핵심구호'가 없다

경제민주화 같은 굵직한 이슈 실종, 키워드만 있을 뿐 구체성 떨어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료사진)
"이번 대선은 선거 전체를 관통하는 이슈가 없어요. 2012년 대선 때에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문제가 화두였다면 지금은 그런 굵직한 아젠다가 없어 어떻게 국민 마음을 사로잡는 구호를 발굴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한 대선 후보의 정책을 담당하는 의원이 말한 솔직한 대선 관전평이다. 다른 캠프도 사정은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물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민심을 사로잡을만한 선거 구호와 아젠다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경제성장, 적폐청산, 교육개혁 등 굵직한 분야에서 나름의 공약은 있지만 이를 담아내고 국민들을 설득할 만한 구호는 보이지 않는다.

2007년 대선때에는 '경제' 아젠다가 판을 좌우했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진짜 경제 대통령"로 경선 국면에서부터 박근혜 후보와 차별화를 보였고 본선에서도 참여정부의 과를 지적하며 정권 심판과 경제 살리기를 이슈로 내걸었다.

2012년 대선에는 역으로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화두였다.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공정한 성장과 분배가 사회적 아젠다로 떠오른 것이다. 복지의 담론에서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정권교체 요구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와 복지 이슈를 선점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반면에 이번 대선에서 핵심 아젠다가 아직까지 잡히지 않는다. 최근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 속에 각 대선주자들이 진영을 막론하고 안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눈에 띈다. 하지만 튼튼한 안보 정책은 모든 후보들이 강조하고 있어서 핵심 이슈로 부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각 캠프에서는 경기불황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단한 삶과 양극화 문제, 북핵으로 인한 한반도 안보 위기라는 총체적 난국 속에서 민심을 움직일만한 핵심 구호를 찾는데 부심하고 있다.

문재인 캠프는 '적폐청산' 프레임만 강조하다 보면 중도층으로의 외연확장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부패기득권 청산'으로 이름을 수정한데 이어 경제 분야나 일자리 창출 분야에서의 구호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여러 구호들을 검토중"이라며 "특히 경제 분야에서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필요한 정책의 요점을 집어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은 교육 혁명과 4차산업 시대 대비라는 미래 과제를 제안하고 있다. '자강론'으로 지지율 급상승의 발판을 마련한 안 후보는 기존 정치 세력과의 차별화를 위해 최근엔 '자수성가론'를 내세웠다.

안철수 캠프 관계자는 "총체적인 국가 위기 상황을 해결할 능력을 보임과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는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며 "교육분야나 4차산업 혁명 대비는 단기적인 과제는 아니지만 미래 과제로 국민들에게 설득되도록 핵심 구호들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보수 후보들도 안보 외에 다른 아젠다를 찾기에 분주하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서민 대통령'을 내세우면서 우파 단일화, 보수 대단결 등의 통합 프레임에 시동을 걸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또한 보수 적자 경쟁 속에서 "진짜 보수의 대표주자"로 자신을 내세우고 있으며, 경제 사회 전반에 '정의'라는 키워드를 넣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노동'의 키워드를 중시하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탈핵 로드맵'을 공약해 원전 이슈를 부각한데 이어 최근엔 임기단축 개헌 의사를 밝히는 등 적극적인 이슈 공략을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적폐청산, 자수성가, 서민, 정의 등의 키워드는 나왔지만 이를 성공적인 구호로 만들어 대선판에 활기를 불어넣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이같은 핵심 이슈의 공백 상태를 네거티브와 상호 비방전이 채우고 있어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핵심 이슈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비난을 위한 비난이 난무하고 네거티브가 거세지면서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촛불 민심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비전 대결이 절실하고, 이 과정에서 핵심 구호를 발굴해 먼저 이슈 선점을 하는 쪽이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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