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상에는 역시나 가짜뉴스들이 쏟아져 있었다. ‘미국 국제변호인단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무효라는 서신을 보내왔다’, ‘문재인 후보가 김정일에게 문안인사 편지를 보냈다’ 등등. 이미 허위사실로 확인된 내용들마저 여전히 공유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지하철 행보 연출 논란’이 눈에 띄었다. 토요일부터 시작된 논란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밴드 등에서 확산되고 있었고 언론 보도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논란은 안 후보가 지난 5일 새벽 지하철에서 한 청년을 만난 일화를 당일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안 후보는 당시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22살 젊은이도 만났다. 그 친구가 저 만난 김에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도 하고 읽던 책도 줬다. 이 친구가 절반 정도 읽고 자기가 좋은 부분은 이렇게 꼼꼼히 접어놨다. 보니까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세계 정상들의 스피치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 후보와 청년의 만남이 ‘연출’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청년이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일 안철수 후보를 만날 것 같다. 질문 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안 후보의 지하철 일정이 ‘비공개’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됐다.
청년의 페이스북에서는 ‘조우 예고’가 발견되지 않았다. 애초부터 예고가 없었거나, 논란 발생 뒤 삭제했을 수 있다.
날로 논란이 커지자 안 후보 캠프에서는 9일 JTBC를 통해 “(그 청년이) 안 후보의 열성 지지자인 것으로 확인이 됐다. 비공개 일정을 어떻게 알고 왔는지는 모르겠다”라고 해명했다. 10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도 “이미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사항인데 뒤늦게 문제가 되고 있다. 그 학생이 (안 후보가) 올 때까지 기다려서 탔다는 것까지는 확인됐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해명이 나왔지만, 안 후보의 비공개 일정을 어떻게 청년이 확보했다는 것인지가 여전히 해명되지 못했다. 청년이 ‘비공개 정보’ 접근권을 가진 내부자인지 여부는 연출 논란의 핵심이다. 반대로 정말 우연한 조우였다면, 국민의당이나 청년이 부당한 ‘연출 비난’에 시달리는 상황을 막을 필요도 있다.
청년에게 직접 물어보면 깔끔하게 해결될 것으로 판단하고 청년의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우여곡절 끝에 확보한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봤다. 하지만 청년은 “이미 JTBC에서 보도 그렇게 나갔고 그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자꾸 연락이 와서 짜증난다”는 말도 했다.
당사자로부터도 사실관계를 확인받을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청년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면서 돌파구를 모색해봤다. 약 1시간 뒤 페이스북에 국민의당 소속인 A 서울시 의원이 남긴 격려 댓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년이 3월 21일 올린 게시물에 A 시의원이 “응원합니다”라는 댓글을 달았고 청년이 “감사합니다 의원님(웃음)”이라고 답한 것이다. 혹시 A 시의원이 연출 논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답변을 해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고 전화를 걸어봤다. 3분여간 통화에 성공했다.
A 시의원은 청년과의 관계에 대해 처음에는 “페이스북에서는 여러 사람을 서로 알고 지낸다”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 ‘격려 댓글도 주고받았던데 서로 아는 사이인지’ 다시 묻자 A 시의원은 몇 초간 뜸을 들이다 “특별한 관계는 없다. 그냥 페이스북에서 만났다”면서 “논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
수 초간의 침묵이 다소 찜찜했지만, A 시의원과의 통화도 별 소득 없이 끝났다.
다만 A 시의원과의 통화 직후 그와 청년이 주고받았던 페이스북 댓글이 갑자기 삭제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왜 댓글을 지웠을까 궁금해 다시 A 시의원에게 수차례 전화해봤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를 남겨도 답은 오지 않았다. 이와 함께 A 시의원이 관계하고 있는 모 사회단체 인사 역시 청년을 격려했던 글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