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 88올림픽 성공 개최 위해 'KAL피격사건' 갈등 수위조절

정부는 1986년 당시 전두환 정부가 서울올림픽의 개최를 위해 KAL기 피격사건의 배상을 쟁점화하지 않기로한 내용이 담긴 외교문서를 11일 공개했다.
1983년 발생한 대한항공(KAL) 007편 여객기 피격사건의 피해배상을 놓고 한국이 구 소련과 갈등을 빚던 중 1986년 전두환 정부가 서울 88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정치 쟁점화하지 않기로 노선을 정했던 사실이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11일 정부가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1986년 8월 외무부는 'KAL기 사건 3주년 대책'이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에서 KAL기를 격추한 옛 소련에 대해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원칙을 유지하되 사건의 '정치문제화'를 피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KAL기 피격사건 3주년을 앞두고 작성된 이 문서에는 이러한 방침이 소련과 관계 개선과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것이라고 기록돼 있다.

문건은 구체적으로 사건문제화를 지양하지 않는 방안으로 정부 차원의 성명서를 발표하지 않고 민간 차원의 추도식 거행에도 관여하지 않는 등 세가지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법률적 차원에서 배상 요구 입장은 계속 견지하기로 했다.

KAL기 피격사건 이후 책임을 져야 할 소련은 관련 입장 접수조차 거부하는 등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격 당시 KAL기가 자신들의 영공을 침범해 미국 정보기관의 첩보활동을 했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이처럼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됐지만 88올림픽이 다가면서 정부는 내부적으로 갈등 수위를 조정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문서에는 당시 외무부와 국가안전기획부 당국자의 통화 기록도 담겼다.

안기부 당국자는 "KAL기 사건을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것은 성공적인 올림픽 수행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라며 "언론에서도 가급적 KAL기 사건을 소규모로 다루거나 다루더라도 이미 지난 일로 작게 다루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동 사건을 크게 다룰 경우 소련을 위시한 동구권 국가들이 서울 올림픽 참가 문제에 움츠러들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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