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는 10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 4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82-90 패배를 안았다. 역대 4강 PO에서 1차전 승리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 75%(40번의 30번)를 인삼공사에 내줬다.
애초 전력상 열세였다. 인삼공사는 정규리그에서 유일한 승률 7할대(7할2푼2리, 39승15패)로 우승을 차지했고, 모비스는 간신히 28승26패로 간신히 승률 5할을 넘었다. 1위와 4위의 대결이지만 격차는 적지 않았다.
경기에서도 이 차이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인삼공사는 1쿼터부터 걸출한 외인 데이비드 사이먼(203cm)이 12점, 국내 득점 1위 이정현(191cm)이 7점을 집중시켰다. 23-14로 앞선 인삼공사는 전반을 10점 차로 마쳐 기선을 제압했다.
사이먼은 덩크슛 3개를 꽂고 3점슛 2개를 성공시키는 등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모비스의 림을 유린했다. 3쿼터까지만 무려 33점을 쏟아부었다. 블록슛도 무려 5개, 모비스로서는 넘지 못할 거탑이었다. 신인 이종현은 파워에서 밀렸고, 허버트 힐(이상 203cm)은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
모비스는 그러나 혼신의 힘으로 찾아온 기회를 날렸다. 6강 PO의 사나이 밀러의 과욕 때문이었다. 모비스는 4분10초께 3 대 2 속공 상황을 맞았다. 성공하면 3점 차로 인삼공사를 더욱 압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밀러가 무리하게 더블 클러치 레이업슛을 시도하다 실패, 오히려 속공을 허용해 점수 차가 벌어졌다. 여기서 인삼공사 사이먼은 자신이 레이업슛을 시도할 수 있었지만 더 좋은 위치에 있던 오세근에게 패스, 손쉬운 득점을 도왔다. 밀러와 완연히 대조를 이룬 대목이었다.
이후에도 밀러의 과한 욕심은 화를 불렀다. 7점 차로 뒤진 5분10초께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밀러는 가드가 해야 할 공 운반을 고집하다 가로채기를 당했다. 수비의 귀재 양희종의 연속된 손질에 공을 뺏겼다. 인삼공사의 속공이 이어졌고, 이를 막으려던 이대성이 U 파울을 범하며 자유투 2개를 헌납했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장면이었다.
이날 밀러는 팀 최장인 36분을 뛰었지만 13점 6리바운드 6도움을 기록했다. 3점슛 4개는 모두 빗나갔고, 2점슛도 16개 중 6개만 들어갔다. 야투율은 30%에 불과했다. 밀러는 이날 사이먼에게 블록슛을 당하는 등 상대 높은 벽에 고전했다.
특히 승부처에서 무리한 플레이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밀러는 수비가 몰리자 힐에게 어시스트하는 등 패스 플레이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개인 플레이를 고집했다.
반면 사이먼은 가공할 득점력을 보이면서도 앞서 언급한 대로 승부처에서 동료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모비스가 전준범의 3점슛 등으로 4점 차까지 따라붙은 종료 3분여 전. 사이먼은 상대 더블팀 수비가 오자 골밑의 오세근에게 절묘한 바운드 패스로 득점을 도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어진 공격에서 밀러의 3점슛이 림을 외면하고 이정현의 3점 플레이가 펼쳐지면서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울었다. 경기 후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상대 분위기가 꺾이고 우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밀러의 실수들이 너무 아쉽다"면서 "그 실책이 결정적이었고, 거기서 나오지 않았다면 이겼다"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이날 모비스는 전준범이 23점, 양동근이 13점, 이종현이 12점으로 제몫을 했다. 그러나 외인 선수 득점에서 인삼공사(48점)보다 무려 30점이나 뒤졌다. 힐이 5점밖에 넣지 못하기도 했지만 밀러가 6강 PO보다 10점 이상 득점이 떨어진 게 컸다.
모비스는 여전히 전력에서 열세다. 그러나 밀러만 살아난다면 해볼 만한 승부다. 욕심을 줄이고 제몫을 해주는 국내 선수들과 연계를 모색해야 한다. 모비스의 반격은 밀러의 각성에서 시작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