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부패 척결 기관인가, 아니면 인권옹호 기관인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궤변일 뿐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7일 '인권 옹호 기관론'을 또 꺼냈다. 서울동부지검 신청사 준공식에 참석해서다. 그는 "근대적 검찰제도는 시민혁명의 산물로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 국가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준사법적 인권옹호기관으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 인권옹호 기관을 거론한 배경을 보니 역시 경찰과 수사권 조정 다툼이 자리잡고 있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검찰로서는 '기소권만 갖도록 개혁하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눈엣가시임이 틀림없다.
김 총장이 검찰을 진짜 '인권 옹호 기관'으로 우선시하겠다면 당장 처리해야 할 사건이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별동 부대였던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독직 폭행 의혹' 사건이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은 김대중 정부 시절 '옷로비 스캔들'로 문 닫은 '사직동 팀'을 대체하려고 대통령 비서실 직제에 따라 만들어진 민정수석실 별동부대이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있기 때문에 일명 '창성동팀'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별감찰팀은 15명 이내로 구성되고 반장은 파견 검사가 맡는다. 반원들은 감사원·검찰청·경찰청 등 사정기관 소속 공무원들로 구성되며 청와대의 하명 사건을 처리하거나 고위 공직자의 비위 첩보를 생산한다.
박영수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2015년 11월 문체부 국민소통실 서모 사무관과 이모 주무관을 지목하고 이들을 감찰해 무조건 징계를 받도록 조치하라는 지시를 내린 혐의를 확인했다.
특검팀은 당시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서에서 핵심적 직권남용 혐의 사유로 문체부 표적 감사 지시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원에서 기각되고 말았다.
그런데 우 전 수석 지시를 이행한 특별감찰반이 백 모 문체부 전 감사관을 조사하면서 '독직 폭행을 자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독직폭행은 검찰이나 경찰, 법원 또는 감찰 기관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 감금하거나 폭행· 가혹행위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경위가 무엇이든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부처 고위 공무원의 신발과 양말을 벗기는 모멸적 조사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히 독직 폭행에 해당한다.
백번을 양보해 특별 감찰관실이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면 응당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에 신병을 넘겨 조사해야 한다. 또 조사해도 신발과 양말을 벗기고 조사하는 것은 가혹 행위에 해당하며 용서할 수 없는 인권 유린행위가 된다.
신발과 양말을 벗기고 모멸을 주는 수사는 과거 '사직동팀'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우병우라는 실세 수석이 보호와 지시, 방조가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쥐잡듯 조사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검찰은 우 전 수석만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뿐 그 하수인들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의심되는 '독직 폭행 의혹' 조사에는 일언반구조차 없다.
검찰이 진짜 '인권 옹호 기관'이라면 김수남 총장은 당장 특별감찰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위법 행위가 확인되는 즉시 가해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특히 특별감찰반 반장은 파견 검사가 맡았다.
우병우만 처벌한다고 검찰이 인권 옹호 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촛불민심과 국민 여론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우 전 수석의 꼬리를 잘라 내는 시늉만 해왔다. 그의 잔존 세력은 단 한 명도 청산하지 않고 우 전 수석을 처리하는 데만 꼬박 다섯 달을 보내고 있다.
인권 옹호 기관은 구두선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검찰이 인권 옹호 기관이라면 최우선적 사명은 수사나 감찰기관의 독직폭행 사건을 방지하고 예방하는 일이다. 독직 폭행 혐의를 인지해 놓고도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인권 옹호 기관은 검찰총장의 한낱 '밥그릇 신세타령'이라는 것을 온 국민이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