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대구 원정' 배영수 vs '생애 첫 9실점 악몽' 장원삼

'내가 이겨야 한다' 오는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리는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화-삼성의 시즌 1차전에서 선발 격돌하는 배영수(왼쪽)와 장원삼.(자료사진=한화, 삼성)
얄궂은 선발 대결이다. 예전 '푸른 피의 에이스'였던 배영수(36 · 한화)와 삼고초려 끝에 사자 군단의 좌완 에이스로 융숭한 대접을 받아온 장원삼(34 · 삼성)의 격돌이다.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리는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 팀의 시즌 1차전이다. 현재 1승7패, 최하위에 처진 삼성이나 3승5패로 공동 5위에 머문 한화나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배영수나 장원삼도 승리가 간절하다. 두 투수 모두 올해가 FA(자유계약선수) 마지막 계약 시즌이다. 지난해를 부상으로 통째로 쉰 배영수는 2017년 그야말로 무엇인가를 보여야 하고, 지난해 부진했던 장원삼도 마찬가지다. 개인이나 팀으로나 물러설 수 없는 승부다.

더욱이 전, 현 삼성의 에이스들의 맞대결이라 어쩌면 얄궂은 승부이기도 하다. 최근 페이스는 배영수가 앞서는 가운데 장원삼이 부활의 계기를 마련할지 관심이다.

▲애증의 삼성 만나는 전 '푸른 피의 에이스'

특히 배영수는 2015년 한화 이적 후 첫 대구 원정이다. 당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배영수가 다소 아쉬움 속에 삼성을 떠났기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다. 15년 동안 삼성의 간판이었던 배영수의 라이온즈 파크 첫 등판이기도 하다.

2014시즌 뒤 FA가 된 배영수는 장기 계약을 원했으나 삼성은 2년 정도의 기간을 마지노선으로 봤다. 물론 옵션과 코치 연수 등의 제안이 있었지만 서운함을 느낀 배영수는 삼성을 떠났다.

당시 삼성 동료 투수들의 대박을 보면서 느낀 상대적 박탈감도 있었을 터였다. 삼성은 2013시즌 뒤 좌완 장원삼과 당시 투수 최고액인 4년 60억 원, 배영수와 같은 2014시즌 뒤 윤성환과 4년 80억 원, 불펜 요원 안지만과 4년 65억 원의 대박 계약을 안겼다.

그러나 정작 가장 오랫동안 삼성 마운드를 지킨 배영수에게는 상대적으로 구단이 제시한 기간이 짧았다. 당시 삼성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피안타율 등 기록이 꾸준히 나빠졌다"면서 "그래도 에이스였기에 2년+@ 계약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배영수는 한화와 3년 총액 21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

'감독님 시원하시죠?' 배영수가 삼성에서 뛰던 2006년 당시 한화를 꺾고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뒤 선동열 삼성 감독에게 샴페인 세례를 퍼붓는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
하지만 배영수는 2015시즌 극도로 부진했다. 32경기 등판 4승11패 1홀드 평균자책점(ERA) 7.04에 그쳤다. 이후 부상 수술과 재활로 지난해 1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한화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면서 FA 책임론도 불거졌다.

그런 배영수는 절치부심 올해 재기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 4일 NC와 대전 홈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6이닝 안타 3개와 사사구 2개만 내줬을 뿐 삼진 5개를 솎아내며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최고 구속은 141km였지만 안쪽을 찌르는 공격적 투구가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할 만했다.

자신감을 얻은 배영수는 삼성의 새 시대를 열어갈 라이온즈 파크에 등판한다. 라이온즈 파크는 지난해 개장해 배영수의 등판 기회가 없었다. 대구 원정도 처음이다. 배영수는 애증의 삼성을 상대로 현역 최다인 130승 고지에 도전한다.

▲'수염까지 깎고' 부활 노리는 장원삼

장원삼 역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데뷔 후 지난해 최악의 부진은 물론 시즌 첫 등판의 부진을 떨쳐내야 한다. 최근 5연패 수렁에 빠진 팀을 구해내야 하는 책임도 어깨에 놓여 있다.

사실 장원삼은 삼성이 귀하게 모셔온 좌완 에이스다. 2006년 대졸 신인으로 현대에 입단한 장원삼은 12승(10패)을 거두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삼성은 그런 장원삼을 현대가 히어로즈에 인수된 2008년 현금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그러나 타 구단들의 반발로 이적이 무산됐고, 2009년 말 다시 삼성이 30억 원과 박성훈을 주고 장원삼을 영입했다.

장원삼은 꾸준했다. 2010년 13승을 거둔 장원삼은 2011년 8승으로 주춤했으나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51승을 거뒀다. 팀의 4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우승,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다. 류중일 전 삼성 감독도 "어렵게 와서 가장 든든한 역할을 해줬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그런 장원삼은 지난해 데뷔 후 최악의 침체를 겪었다. 26경기 등판, 5승8패 2홀드 ERA 7.01에 그쳤다. 이른바 장원삼이 보인 '짝수해=호성적' 공식도 통하지 않았다. 4년 60억 원 계약 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로 나름 모범 FA로 분류됐지만 지난해 평가가 많이 깎였다.

2012년 SK와 한국시리즈에서 장원삼이 6차전 호투로 우승을 이끈 뒤 경기 MVP로 선정돼 기뻐하는 모습.(자료사진=삼성)
올해 장원삼은 절치부심했다. 덥수록하게 길러온 수염도 말끔히 자르며 재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시범경기에서도 2경기 등판, ERA 2.25로 예열도 마쳤다. 김한수 감독은 "그래도 특급 좌완 아니었느냐"면서 "공이 확실히 좋아졌다"고 믿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출발이 좋지 않았다. 배영수와 같은 날인 지난 4일 LG와 잠실 원정에 등판한 장원삼은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다. 1회 병살타로 마무리될 상황이 유격수 실책으로 1사 만루로 바뀌는 등 결정적 에러 2개로 6실점으로 변했다. 자책점은 단 1개. 그러나 힘이 빠진 장원삼은 이후 3회까지 3점을 더 내주며 패전을 안았다. 9실점(4자책)은 개인 1경기 최다 실점.

그런 장원삼의 두 번째 등판이다. 생애 첫 9실점 악몽을 털어내야 한다. 이번에도 부진이 이어진다면 지난해처럼 불펜 강등도 배제할 수 없다. 팀도 5연패 중이라 장원삼의 호투가 절실하다. 지난해 한화를 상대로는 승패 없이 1홀드에 20이닝을 넘게 던지면서 ERA 4.43으로 그럭저럭 괜찮았다.

절치부심, 올 시즌 부활의 날갯짓을 노리는 전, 현 삼성 에이스였던 배영수와 장원삼. 과연 어느 베테랑이 라이온즈 파크에서 웃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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