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라 머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 8일 막 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 대회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2004년 IIHF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이래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번 우승으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내년 3부리그에 해당하는 디비전1 그룹B로 승격했다.
IIHF 세계랭킹 23위의 한국은 2013년 4월 스페인 푸이그세르다에서 열린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B에서 우승, 디비전2 그룹A로 승격했다. 4년 만에 디비전1 그룹B로 승격하며 세계랭킹도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우승은 아이스하키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골리가 바뀐 상황에서 거둔 성적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주전과 백업의 전력차가 큰 경우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대처가 불가능하지만 전력이 비슷할 경우는 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골리의 줄어든 전력차를 확인했다.
지금까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간판 골리는 신소정(26.뉴욕 리베터스)이었다. 신소정은 대표팀 선수 가운데 유일한 해외파일 정도로 국제무대에서 기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신소정은 무릎 인대가 부분 파열되는 부상 탓에 이번 대회는 마지막 네덜란드전에만 출전했다.
한도희는 4경기에서 경기당실점률(GAA) 0.75, 세이브성공률(SVP) 0.952의 철벽을 과시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도 안았다. 이번 대회에 주전급으로 활약한 골리 가운데 유일하게 경기당 실점률이 0점대를 기록한 선수는 한도희가 유일했다. MVP와 함께 대회 최우수 골리 역시 한도희의 차지였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여자 아이스하키는 주전 골리 신소정의 존재감이 워낙 컸기 때문에 다른 선수를 활용할 여지가 없었다"면서 "오랜 시간 백업 골리의 역할만 맡았던 한도희가 이번 대회를 통해 신소정의 공백을 완벽하게 대신했다. 기록 면에서는 지난해 같은 대회의 신소정을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코칭스태프의 신뢰가 큰 신소정이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도희가 실전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의 우승은 한도희가 있어 가능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6, 7년간 묵묵히 백업 골리의 역할을 소화하다 한도희 역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수도 없이 포기하고 싶었지만 한 번만이라도 기회를 잡고 싶었다"면서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 계속 준비하고, 또 준비했다"고 맹활약의 비결을 소개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대회에서 한도희의 맹활약을 앞세워 기분 좋은 우승을 차지한 여자 아이스하키는 사상 첫 올림픽 본선에서 스웨덴(5위), 스위스(6위), 일본(7위)과 B조에 배정됐다.
한도희는 "평창 올림픽에서는 1경기라도 뛰어보고 싶다. 그리고 1승이 목표다. 1승 상대가 다른 나라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일본은 꼭 꺾고 싶다"면서 "이제부터 소정 언니와 제대로 경쟁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