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수사팀 "수사방해 4개월, 더러워 옷 벗었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입니다. 오늘 뒤집어볼 뉴스의 행간, 뭘 들고 오셨습니까?


◆ 김성완> 어제 오후 5시 30분, 세월호가 육지위로 올라왔습니다. 침몰한 지 1089일 만에 바다를 벗어나 땅 위로 올라온 거죠. "참사 1089일 만에 뭍으로 오른 세월호", 이 뉴스의 행간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이제 엿새 뒤면 참사가 있었던 4월 16일이 돌아오죠. 거의 세월호 선체가 3년 만에 목포신항 부두에 올라왔어요.

◆ 김성완> 그렇습니다. 미수습자 허다윤 양 어머니는 천천히 뭍으로 올라오는 세월호를 보며 "내 딸이 와요. 엄마한테 다가와요"하며 오열을 했고요, 많은 시민들도 이 모습을 보면서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목포신항에는 어제만 추모객 1만여 명이 찾아와 부두 펜스에 노란 리본을 묶으며 미수습자의 무사귀환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1089일 만에 뭍에 오른 세월호", 이 뉴스에는 어떤 행간이 숨어 있을까요?

◆ 김성완> "세월호가 땅에 올라온 날 우병우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런 기막힌 우연이 있을까요? 아니면 필연이라고 해야 할까요?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이 결정되던 바로 그날,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 계획을 발표했던 것 기억나시죠. 공교롭게도 세월호가 육지로 올라온 어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데요.

우 전 구속의 구속영장 청구 사유 중 하나가 뭔지 아시나요? 바로 "세월호 수사 방해 의혹"입니다. 세월호 침몰사건 당시, 광주지검이 해경을 압수수색 하려고 시도를 했었는데, 우 전 수석이 "압수수색 하지 말라" 압력을 넣었던 거죠. 이미 검찰이 당시 수사를 총괄했던 변찬우 변호사 등을 불러 조사를 했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팀이 당시 세월호 수사팀과 직접 접촉했었는데요. "우병우의 수사방해가 더러워서 그만뒀다"는, 깜짝 놀랄 만한 증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세월호 당시에 아주 교묘하게 수사를 방해했다. 해경을 처벌하면 세월호 사고가 국가책임이 되니까, 책임을 유병언에게 돌려야 한다면서 넉 달을 시간 끌었다. 4개월을 수사 못하게 하니까, 진짜 못 견디고 못 버티겠더라. 그래서 다 때려치우고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세월호가 땅에 올라온 날 우 전 수석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 우연치고는 참 기이한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김현정> "1089일만에 뭍에 오른 세월호", 또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 김성완> "3년 내내 희망고문이었다"

◇ 김현정> '희망고문'이라면 안 될 거 뻔히 알면서, 마치 될 것처럼 희망을 갖게 해서 상대방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 아닌가요?

◆ 김성완> 맞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세월호 사건 때문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애를 태웠습니까? 세월호 참사 첫날을 생각해보세요. 침몰한 배에 에어 포켓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서 모두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봤고요. 또, 해경이 공기를 투입한다, 조명탄을 쏘면서 밤새 구조작업 했다…. 온갖 얘기들이 나왔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거의 다 사실과 거리가 먼 얘기였습니다.

이것뿐인가요? 세월호 인양 발표 후에도 희망고문은 계속됐습니다. '인양이 된다, 안된다'. 수면으로 거의 다 끌어올렸나 싶었더니 '어디 램프를 절단해야 한다', '아니면 다시 배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목포신항까지 다 와서도 '배 무게를 잘못 쟀다', '뭍에 올릴 수 있다 없다'…. 하루하루 얼마나 국민들의 애간장을 태웠습니까? 이런 와중에 세월호 유가족과 특히 미수습자 가족들 심정 어땠을까요? 아마 애간장이 다 녹았을 겁니다.

그런데 세월호가 육상으로 올라왔다고 끝인가요? 안전하게 거치한 뒤에 세척, 방역을 하고 그런 다음에야 미수습자 수색이 가능해집니다. 이것만도 하루 이틀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 이후에 몇 개월이 걸릴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진상규명 작업도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정말 선체 인양 완료가 끝이 아니네요. 이제부터 본격적인 진상규명이 시작되어야 할 텐데…"1089일만에 뭍에 오른 세월호", 남은 행간이 있다면요?

(사진=자료사진)
◆ 김성완> "세월호는 관광지가 아니다"입니다. 사흘 전, 목포 시의원들이 세월호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가 세월호 가족들 거센 항의 받았는데요.

왠지 익숙한 장면이죠? 이런 일은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도 있었는데요. 일부 국회의원들이 빈소에서 인증샷 찍어서 안타까운 피해를 입은 희생자들을 정치에 이용한다고 비난을 받은 건데요.

어디 갔다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심정이야 이해할 수 있죠. 그렇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들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라면…. 남이 세월호 앞에서 인증샷 찍는 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요?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뭐라고 했습니까. "다른 거 다 원하지 않는다…최소한의 인간으로서 예의를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금 기독교는 고난주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이웃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 그게 바로 예수님의 가르침, 고난 주간의 참된 뜻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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