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자사고 폐지가 대세…후보들 거의 찬성

문재인·안철수·유승민·심상정 폐지로 가닥…홍준표는 부정적

"특목고(외고) 입시 준비 때문에 중학교 수준에서 사교육이 너무 치열해지는 문제가 있다. 또 특목고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먼저 선발해 감으로써 일반고는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은 학생들이 모여서 고등학교들이 서열화되는 문제가 있다." (경기도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 A씨)

"자사고는 사립법인이라는 이름하에 교육당국의 통제와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고, 아직까지도 성적에 따라 우열반을 편성해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인서울'에 진학하는 학생들 위주로 학생들을 차별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경기도 한 중학교 교사 B씨)


특목고와 자사고의 폐해를 지적하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각 당 대선후보들의 교육 정책에서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등학교 폐지 공약이 공통분모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자별로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교육 부활'과 '사교육 줄이기'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어 사교육비의 주범으로 꼽혀 온 자사고 폐지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 유승민 '외고-자사고 폐지' 공약 실시간 검색어 등극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는 9일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하는 교육분야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자사고와 외고로 인한 일반고의 황폐화 문제는 학생 우선 선발권을 주고 우수한 학생을 독점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모든 학교에 자율성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학교의 '선발권'보다는 학생의 '선택권'이 더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미래교육'이라는 슬로건을 내 건 유 후보는 이날 하루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네티즌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보수 후보인 유 후보의 이같은 공약은 진영 논리를 떠나 자사고 폐지에 진보 보수 진영 모두에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유승민 후보가 한림대에서 '왜 정의인가'를 주제로 연 특강에서 자사고·외고 폐지를 주장하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기존 보수와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놨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4년 서울시교육감으로 취임하자마자 자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교육정책을 펴왔다는 조 교육감은 유 의원을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반가움을 나타냈다.

◇ 文-安도 자사고 폐지로 '가닥'…홍준표만 '반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료사진)
대선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자사고·외고 폐지와 일반고 강화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외고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현재 자사고와 외고가 전기에 먼저 학생을 선발하고 일반고는 후기에 선발하는 방식을 폐지해 고교입시를 동시에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안철수 후보도 외고와 자사고의 학생 우선 선발권을 박탈해 일반고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특목고 즉각 폐지보다 한 단계 톤 다운된 입장이지만, 추첨을 통해 학생을 뽑도록 해 사실상 특목고가 누려온 특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외고와 자사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자료사진/윤창원 기자)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자사고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 내부에서 후보에게 정책 공약을 전달할 때 자사고·외고 폐지 부분은 '논란이 많다'는 이유로 배제된 것으로 전해진다.

선대위 공약위원회 위원장인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도지사 사퇴 후 10일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하면 그 때 교육 공약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를 뺀 나머지 진보와 보수 진영 대선주자들이 공통적으로 자사고 폐지 공약을 들고 나온 점은 외고-자사고-일반고로 이어지는 고교서열화를 개혁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 공감대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최은숙 회장은 "보수나 진보나 모든 사람들이 교육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학벌을 조장하는 시스템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차기 정부에서 외고와 자사고를 꼭 없애겠다는 신념만 있다면 고교 서열화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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