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는 9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끝난 2017-2018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남자 1000m와 1500m 슈퍼파이널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그러나 1차 선발전부터 전날까지 6위에 머문 열세를 뒤집지 못했다. 1, 2차전 최종 4위까지 주어지는 평창올림픽 출전 티켓 획득이 무산됐다.
이정수로서는 진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올림픽이었기 때문이다.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화려한 마무리를 꿈꿨던 이정수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이정수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의 계보를 이었다. 1000m와 1500m 금메달을 따내며 2006 토리노올림픽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의 후계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긴 슬럼프에 빠졌다. 대표 선발전 짬짜미 파문을 비롯해 부상과 부진이 겹쳤다. 소치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도 탈락한 이정수는 한때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외도를 하기도 했다.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대회에서 우승해 본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당시 이정수는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만 평창올림픽 하나만 보고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이정수는 우승은 없었지만 맏형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병역 문제가 걸린 박세영(화성시청) 등 후배들을 위해 중국 등 경쟁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동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은 이정수는 "내게 중요한 것은 평창올림픽이기에 아시안게임 메달은 관계 없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맏형의 꿈은 세대 교체의 벽에 막혔다. 이번 선발전에서 임효준(한체대)이 종합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2~4위에 오른 황대헌(부흥고), 김도겸(스포츠토토), 곽윤기(고양시청) 등이 평창올림픽 티켓을 얻었다.
곽윤기를 빼면 10대와 20대 초중반 선수들이다. 이들은 ISU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우승으로 자동 선발된 서이라(화성시청)와 함께 못 다 이룬 이정수의 꿈을 대신해 안방 올림픽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