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만 108만 인파' 포근한 날씨 속 벚꽃향연

20도 안팎 포근한 날씨에 미세먼지도 '보통' 수준

9일 오후 서울 여의로 윤중로에서 시민들이 봄날의 '벚꽃향연'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류연정 수습기자)
20도 안팎의 포근한 날씨 속에 미세먼지까지 걷히자 서울 벚꽃 명소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주말인 9일 오후, 여의도 윤중로벚꽃길은 '벚꽃 반 사람 반'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사람들이 인파를 피해 한걸음씩 천천히 전진했다.


한 남성은 연인과 찍은 사진에 셀카를 찍는 또 다른 연인이 나오는 바람에 다시 연거푸 셔터를 눌러댔다.

길거리에서 김밥을 파는 아주머니들도 "저번 주보다 확실히 많이 찾아왔다"면서 힘찬 목소리로 "김밥 있어요"를 외쳤다.

대학생 우현지(22) 씨는 벚꽃에 맞춰 동기 강보은(22) 씨와 함께 이날 드레스코드를 분홍계열로 맞췄다. 이들은 "여의도는 처음인데, 꽃이 너무 예뻐서 좋다"며 봄날을 만끽했다.

한쪽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나온 김성준(49) 씨는 "해마다 벚꽃축제 기간이면 꼭 한번 나가야겠다는 생각만 하다가 오늘 처음 주말에 나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남편과 함께 온 허정숙(70) 씨는 "무릎이 불편한데 집에만 가만히 있으면 더 늙을까봐 나왔다"면서 남편을 쳐다보며 웃었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서 히잡을 쓴 아랍계 여성도 벚꽃구경에 한창이다. (사진=류연정 수습기자)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도 윤중로 초입길에 주차돼 있었다. 두세 명씩 짝지어 온 소규모 관광객들부터 10명 이상의 단체 관광객까지 다양했다. 히잡을 쓴 아랍계 여성들도 눈앞에 펼쳐진 벚꽃 향연을 보며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감탄했다.

9일 오후 서울 남산공원 일대에서 시민들이 '셀카'를 찍으며 봄날씨 속 벚꽃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황영찬 수습기자)
이날 오후, 서울 남산 일대에서도 연신 스마트폰 '찰칵'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벚꽃나무 아래에서 한 중년 부부는 새로 산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며 "잘 나오지 않았느냐"며 흡족해했다.

보성여고 3학년생 4명도 벤치에서 배달시킨 중국음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이들은 "지금은 벚꽃을 보면서 웃고 있지만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불안하다"면서 "조금만 더 구경하다가 뒤에 있는 남산도서관에 가 공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인과 나들이 나온 회사원 신모(35) 씨는 "여자 친구가 웃는 모습이 예쁘다. 꽃처럼 항상 웃게 해줄게"라고 사랑을 표현했다. 이에 여자 친구는 환하게 웃으며 "좋은 곳 데려다줘서 고마워"라고 화답했다.

50대 부부도 활짝 핀 벚꽃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벚꽃과 아내 중 누가 더 아름답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편 김모 씨는 "꽃이 아름답다"고 답해 아내로부터 팔뚝을 꼬집히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여의도 윤중로에는 108만명, 남산공원에는 3만2000명의 시민들이 벚꽃을 보기 위해 찾았다.

지난 주말 시작된 여의도 벚꽃축제는 이날로 끝이 나지만, 기상청은 다음 주 벚꽃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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