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피고있지만 여의도 정치에는 희망의 싹이 보이지 않는다. '3D'를 쓰리디로 읽어야 하는지 삼디로 읽어야 하는지로 논쟁이 벌어지고 속보 경쟁, 조횟수 경쟁 속에 이를 생중계하는듯 써대는 업을 삼고 있는 나 또한 심한 자괴감이 들었다.
대한민국은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의도 정치는 지독히도 변한게 없다. '설마 이번에도 그럴까, 촛불민심의 엄중함에 정치권도 숙연해질테지' 했던 관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여의도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로지 5월9일 한 표라도 더 이기는 쪽이 모든 것을 갖는다고 착각하고 있다. 승리가 목표일 뿐이다.
촛불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고 있는 직장인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청년들, 빈곤과 우울에 시달리는 노인들, 아이를 키울 수 없어 발을 동동구르는 젊은 부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서로 헛점을 찾기에 눈이 빨개져있을 뿐이다. 실수를 저지르고 실수를 만회하려 정치쇼를 하기 바쁘다. 검증과 네거티브가 뒤섞이는 사이 지금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토론은 완전히 실종됐다.
딱 한 달 남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시간 동안에 3D가 쓰리디냐 삼디냐로, 조폭과 사진을 찍었느냐 안찍었느냐로 시간을 다 허비한다면 국민은 정말 듣고싶은 대답을 들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비전을 보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투표를 하거나 아니면 투표를 포기하고 꽃놀이를 갈 것이다. 기권 또한 표심이기 때문이다.
언론부터가 소모적인 난타전에 한 몫하고 국민을 편가르기하며 싸움을 부추긴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가 반성하고 돌아보게된다.
촛불 민심은 대한민국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자는 모두의 염원이었다. 진보나 보수의 세싸움이 아니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비상식을 상식으로 돌려보자는, 훼손된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합리적 집단 지성이었다. 이제는 좀 국민을 무서워할때도 되지 않았을까. 국민이 뭘 더 해야 여의도가 바뀔 수 있는 것일까.
'마, 고마해라' 이건 국민들이 여의도 정치에 할 말이다. 언론을 향해 할 말이기도 하다. 국민은 무섭도록 똑똑하다. 주변에서 충성경쟁 속에 상호 비방과 난타전은 계속되겠지만 최소한 후보들은 이제 본질에 대해, 미래에 대해 얘기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