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바울의 사상적·실천적 위대성에 꽂히다

'도올의 로마서 강해'

'도올의 로마서 강해'는 사도 바울의 편지인 '로마서'에 대한 도올 김용옥의 통찰을 통해 바울의 사상적· 실천적 위대성을 드러낸다. 아울러 예수와 그리스도교에 대한 이해를 깊고 풍부하게 해준다. 예수와 바울 시대의 역사적 위치와 사상적 맥락, 예수와 바울의 비교, 소크라테스와 예수의 공통점, 구약 성경과 신약 성경이 쓰여진 시기가 비슷한다는 점 등등. 도올의 고증학적 실력과 거침 없는 비판 정신이 살아 있는 이 책은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근본 정신의 각성으로 안내한다.

'도올의 로마서 강해'는 저자가 어린 청년기에 고향의 고교생들에게 영어 성경을 가르치며 '로마서'를 통해 처음 바울과의 만남이후 오 50년 된 사상투쟁의 결실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 입오(入悟)와 강해(講解)로 나뉜다. 입오 부분은 바울이라는 인물이 탄생되는 배경을 총체적으로 기술한다. 강해는 '로마서' 원문에 즉한 주석이다. 서문으로서 이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입오는 탐구욕에 불타는 저자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풍성한 사유의 숲을 여행한다. 여기에서 구약시대부터 초기 기독교가 뿌리내리는 시기까지의 모든 서양문명사가 종합된다. 바울이라는 인간을 조명하기 위하여 바울과 대비되는 역사적 예수의 실체를 언급하고, 과연 예수는 유대인인가의 의문을 풀다가, 유대의 역사로 접어들고, 유대역사의 원점으로 본 바빌론유수를 세밀하게 탐색한다. 바빌론유수를 통하여 유대인들은 그들의 역사를 새롭게 구성한다. 그 구약의 성립사를 논하고, 그 과정에서 고레스로부터 시작된 페르시아문명을 검토한다. 그리고 페르시아문명을 패퇴시키고 새롭게 등장한 그리스문명의 패권시대를 설파한다. 그래서 결국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의 전통과 사유구조가 어떻게 바울의 몸속에서 융합이 되고 재창조되는지를 설명한다.

바울은 기독교를 우리가 알고 있는 기독교의 모습 이대로 만든 결정적인 인물이다. 신약성서는 예수에 대한 기록인 복음서와 바울의 편지들로 대별된다. 신약 27서 중에서 13서가 바울이 직접 쓴 편지이고, 사도들의 행적을 기록한 사도행전도 바울이 중심이다. 즉 바울과 관계된 문헌이 과반수가 넘는다. 바울은 예수의 죽음을 전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대속(代贖)으로 해석하고, 죽은 지 3일 만에 다시 살아났다는 예수 팔로워들의 믿음인 부활을 인류 희망의 사건으로 받아들여, 예수를 구세주 그리스도로 선포한다. 이것이야말로 기독교의 출발이 되었다.

저자에 의하면 바울은 파워풀한 사상가와 치열한 실천가의 면모를 두루 갖춘 인물이다.
바울은 차별이 없는 보편주의적 인간관을 견지한다. 그는 인류문명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았다. 바울은 율법의 굴레에서 육신을 부여잡고 허덕이는 당시의 율법주의적 세계관을 거부하고,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사건을 믿음으로써 자신의 죄도 십자가에 못 박고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은총의 구원을 선포한다. 행위에 의한 율법이 아니라, 믿음으로써 의로움을 얻는다는 선언은 가히 돈오(頓悟)적 전환이다. 바울이 신앙을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현재 파면되어 사법처리 단계에 이른 박근혜게이트가 국민들에게 알려진 초반부에 도올은 "이 사건은 박근혜 한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저히 대통령에 되어서는 안 되고, 될 수도 없었던 박근혜를 악착같이 대통령으로 만들어버린 우리 역사 전체의 죄를 십자가에 걸고, 국민 모두가 새로 태어나야한다"라는 메시지를 밝힌 적이 적이 있다. 이 메시지의 핵심은 바울의 사상에서 왔다. 저자 도올은 그 메시지의 원전적 의미를 보다 명확히 정리하기위해 바울의 로마서를 제대로 정독하고, 포괄적이고 명료한 해설을 하게 된 것이다.

책 속으로

결국 서양철학은 서양종교의 힘에 이끌리어간 것이다. 바울이라는 인간 속에서 헬레니즈과 헤브라이즘이 랑데부한 이 사건이야말로 인류사의 가장 큰 저주일 수도 있고, 오늘날까지 트럼프 같은 정치가의 독단이 기독교신앙의 허울을 뒤집어쓰고 선을 주장하는 불합리구조의 심원일 수 있다. - 188쪽

예수가 산 AD 1세기의 갈릴리 분위기는 모든 문화가 융합된 토양이었다. 예수나 소크라테스는 다캍이 구약적 율법의 세계관에 도전한 사람들이었다. 소크라테스에게 있어서도 법률은 끊임없이 자기탈바꿈을 계속해야 하는 대중의 마음 속의 양심이요, 양식이었다.-164쪽

바울은 죽을 때까지 자기신념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그는 그의 각의 내용을 두 방면으로 심화시켰다. 그 하나는 사유였고, 또 하나는 행위였다. 사유의 역정은 바울의 서한에 성실하게 반영되어 있다. 행위의 역정은 그의 전도여행이었다. 로마서는 그가 20여 년 동안 사유하고 전도하면서 겪은 신념이 총화이다. -308쪽

도올 김용옥 지음 | 박진숙 그림 | 임진권 사진 | 통나무 | 512쪽 | 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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