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 놓칠라" 보수·진보서 정체성 공격받는 안철수

영호남 아우르는 지지에 양측 정체성 비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 급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안 후보가 호남지역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있는데다 갈피를 못잡던 대구경북 지역 표심과 중도보수층 표심이 안 후보 쪽으로 급속히 쏠리면서 다자구도 내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안 후보가 양측 지지자들을 아우르는 독특한 상황이 전개되자 이념적 정체성을 두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이 쌍끌이 공격을 시작했다. 아직까지 진보와 보수, 호남과 영남으로 구분되는 거대 양당 체제에 익숙한 정치지형 속에서 집토끼를 잡기 위한 양 진영의 정체성 공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 진영에서 벌이는 정체성 논쟁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안 후보의 지지율이 고착화될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 安 호남과 영남, 중도보수 아우르자 양진영 정체성 지적하며 때리기

안 후보가 수개월 전부터 예고했던 '문재인'대 '안철수'의 대결 구도는 여론조사 상에서는 이미 현실화 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각 당 대선주자 확정 후 처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전국 유권자 1005명 대상·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안 후보는 5자 구도에서 35%지지율을 확보, 38%인 문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턱밑까지 추격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안 후보는 호남과 영남에서 똑같이 38%의 지지율을 받았다.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국민의당 후보로서 호남에서도 상당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번 경선 과정에서 확인됐다. 그런데 영남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이후 갈 곳을 못정한 표심이 안 후보 쪽으로 쏠리면서 안 후보는 두 지역 모두 아우르게 됐다.

이에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보수진영 후보들은 집토끼를 지키기 위해 안 후보의 정체성을 걸고 넘어지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5일 안 후보를 향해 "적폐 세력의 지지를 많이 받는 후보"라고 폄하했다. 이어 "안 후보와 양자대결이 된다면, '정권교체 후보' 대 '적폐세력과 함께 정권을 연장하는 후보'의 대결 구도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해 안 후보를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도 보수표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안 후보에 대해 '안보관'을 고리로 적극적 공세를 시작했다.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은 7일 선거대책회의에서 "안 후보의 보수 코스프레는 결코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며 "보수우파층에서조차 안 후보에 대해 솔깃해 하는 것은 아무런 이유 없이 안 후보의 실체에 대해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홍준표 후보는 자신의 SNS에 "안철수 후보를 조종하는 분이 '박지원씨'이고 안은 박의 각본에 춤추는 인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이날 부산에서 안 후보를 겨냥해 "안보가 너무 불안한 후보"라고 비판했다. 유 후보는 "박지원 대표가 뒤에 있기 때문에 안보가 너무 불안하다"면서 "김대중 정권 햇볕 정책의 계승자"라고 꼬집었다.

◇ 사드 배치 찬성 당론과 배치돼 뇌관, 安 "당도 한 방향으로 갈 것"

안 후보를 둘러싼 양측의 정체성 공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론과 다른 사드 배치 문제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안 후보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지난해 7월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며 반대했지만, 올해 2월 "한미 협약을 뒤집는 것은 국가간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최근에는 "제대로 해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 대해 안 후보는 지난 5일 관훈토론회에서 "상황이 바뀌면 입장이 바뀌는게 당연하지 않느냐. 외교적 상황이 바뀌는데 입장을 고집하는것이야말로 더 큰 문제"라며 "지난해 10월 한미 국방장관 공동발표가 있었다. 국가간 합의가 확실하게 공동발표를 통해서 된 것이고 다음 정부는 국가 간 합의는 존중해야만 한다. 그게 외교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아직까지 "사드 배치 문제는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공식 당론이어서 갈등 요소는 잠재돼 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대선 후보 중심으로 당내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함께 논의해서 제 생각대로 설득하고 당도 한 방향으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이미 국민들은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이라는 거대 양당 체제에 폐해를 경험해왔고, 정치권이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국민들을 편가르는 것 또한 지켜보고 있다"며 "통합과 위기극복이 화두인 상황 속에서 이분법적 이념 공격은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지원 대표 측 관계자는 안 후보의 안보관이 햇볕정책과 대치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햇볕정책은 튼튼한 안보가 기본이고, 굳건한 한미일 공조와 중국, 러시아의 협조 상황이 전제되는 것"이라며 "좌우 이념적인 문제를 벗어난 남북관계의 해법이라는 점에서 안보를 중시하고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안 후보의 안보관과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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