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게이트 공범"vs"경찰 인권침해 막으려 검찰탄생"

대선 앞두고…경찰에겐 '지금이 기회' 검찰은 '절대 사수'

(사진=자료사진)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를 놓고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검찰과 수사권 일부를 가져오려는 경찰 간 기싸움이 노골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경찰이 이번 장미 대선을 수사권 조정의 적기라고 판단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면서, 방어에 나선 검찰의 대응도 함께 높아지는 모양새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경무관)은 7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수사·기소 분리 대비, 경찰수사 혁신을 위한 현장경찰관 대토론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은 최근 국정농단 게이트의 공범"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최근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취지를 담아 "지난 해 말 게이트가 터지기 시작한 시점이라도 검찰이 대응을 제대로 했다면 불행을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황 단장은 또 검찰의 인권탄압과 부패범죄 사례 등을 근거로 수사권(경찰)과 기소권(검찰)의 분리와 헌법에 명시된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 조항 폐지 등을 들었다. 검찰의 막대한 권력과 제 식구 감싸기는 수사기소권을 독점하는 데서 나온다는 것이 기본적 문제의식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검찰에 대한 경찰의 공격 수위다.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문제점이 계속 거론돼 오긴 했지만, 경찰 고위 간부가 공개된 자리에서 검찰을 직접 겨냥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경찰은 언론에 설명 자료를 내거나 국회에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경찰 입장에선 검찰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시점과 대선이 맞물린 지금 상황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적기다. 대선 때마다 검찰 개혁을 내걸었다가 정권을 일단 잡으면 '잘드는 칼'인 검찰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게 되풀이 됐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번에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검찰을 이대로 둬서는 안되겠다는 국민적 열망을 무시하기 어려운 국면(경찰 고위 관계자)"라는 게 경찰의 상황 인식이다. 경찰 안팎에 따르면 이철성 경찰청장의 개혁 의지가 전임들과 비교했을 때 더 강하다.

수사구조 개혁 업무를 맡은 황 단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이 맥락이다. 그는 이날도 최근 검찰의 경찰 부패비리 수사를 놓고 "단호하게 처리하는 것은 얼마든지 찬성하지만 꼬투리 잡아 그걸 키워 저급한 언론플레이하며 여론을 호도하려는 술책을 부려서는 안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의 행태가 "치졸하다"거나 검찰이 수사권 조정갈등을 "'더러운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그러니 (검찰의 부패상을 다룬) '더 킹'같은 영화의 소재가 되는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간 여유로운 입장이었던 검찰 역시 수사권 조정 시도에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상황을 유지해야 하는 검찰 입장에서는 관련 이슈를 최대한 물밑에서 조용히 처리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김수남 검찰총장은 같은 날 오전 서울동부지검 신청사 준공식에 참석해 "검찰은 경찰국가 시대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준사법적 인권옹호기관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대 경찰 공격을 노골화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경찰은 한때 인권을 침해하는 조직이었고 검찰은 이를 막는 조직이라는 것이라 논란도 예상된다.

김 총장은 "선진 각국을 비롯해 국제형사재판소, 구 유고전범재판소, 유럽검찰청 등 국제재판소나 국가 간 연합체에서도 검사에게 수사와 공소 기능을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공개석상에서 관련 발언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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