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대선 이후 시작될 재판에서 유무죄를 놓고 또다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8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따르면 한웅재 형사8부장검사가 이끄는 수사팀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내용을 분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 등 수사자료와 어긋나는 진술이 있는지, 행여 자신의 주장을 뒤엎는 모순적인 진술을 한 적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지난 4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자백에 해당하는 진술을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말인 이날 오전도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은 다음주에는 한 부장검사가 아닌 이원석 특수1부장검사를 투입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박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사익 추구를 몰랐고, 완전히 엮은 것이라는 자신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형량을 다투기 위해 증거가 명확한 부분에 대해선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결국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 등 연루된 13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진술만 고스란히 담아 재판에 회부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수사일정상 차기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오는 17일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주까지는 '옥중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검찰은 뇌물죄의 핵심 내용을 포함해 "나와 무관하다"거나 "사전에 알지 못했던 내용"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많으면 3~4차례 추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결국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자백을 얻어 내기 위해 '플랜B' 전략을 짜지 않는 이상 별다른 '소득' 없이 조사를 이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 소지를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을 압박하며 수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검찰 수사의 실효성 면에서는 '받아쓰기식'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검찰은 현재 주요 혐의를 안고 있는 '구속 피의자'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조서에 하나하나 답변으로 기재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는 처지다.
특히 '최순실씨에게 문건유출 한 것을 인정하는지',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 알고 있었는지' 등 세세한 부분도 질의에 포함됐는데, 이는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다.
한 특수통 검사는 "처음부터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자백을 얻어내려고 조사를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면 조서만 작성해서 그 내용과 물증만 가지고 기소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옥중조사를 이어간 뒤, 다음주 말쯤 공소장에 기재할 내용을 추려 기소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SK와 롯데 등 나머지 대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박 전 대통령과 뇌물관계가 성립되는지도 따져본 뒤 이 부분도 함께 결론낼 계획이다.
이들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할 지 여부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기소 여부도 결정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재판은 대선 이후 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관측이다.
검찰은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맹공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변수가 없는 이상 재판에서도 사실관계를 포함해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관측돼 양 측의 팽팽한 기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