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릴레이] 마이크로닷 "최자·도끼 형 조언, 가슴에 새겼다"

래퍼들과 직접 만나 근황과 생각을 들어보는 지목형 인터뷰 '힙합 릴레이'. 24번째 주인공은 산체스가 지목한 마이크로닷입니다. [편집자 주]

마이크로닷
1993년생인 마이크로닷(Microdot, 신재호)은 나이에 비해 경력이 길다. 그는 2006년 만 12세의 나이로 15세였던 도끼(Dok2, 이준경)와 힙합듀오 올블랙(All Black)으로 앨범을 내고 데뷔했다. 당시 올블랙은 '최연소 힙합듀오'로 큰 주목을 받았는데, 아쉽게도 회사 사정 등으로 인해 활동을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올블랙 멤버로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마이크로닷은 이후 뉴질랜드로 돌아갔다. 그리고 서서히 힙합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춰있던 건 아니다. 마이크로닷은 차분히 내공을 쌓았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도 음악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 규모를 가리지 않고 각종 무대에 올라 값진 경험도 쌓았다. 그리고 2015년 긴 공백을 뚫고 엠넷 '쇼미더머니4'에 참가, 자신의 성장한 모습과 실력을 만천하에 알렸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복귀 신고식을 치른 마이크로닷은 이후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쳤다. 첫 EP 앨범 '+64'를 비롯해 여러 차례 신곡을 냈고, 공연을 통해 팬들과도 호흡했다. 최근에는 신발 끈을 더욱 바짝 조여 매고 총 25곡이 수록될 정규 앨범 준비에 한창이다. 올 상반기 중 방송되는 '쇼미더머니6'에도 다시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내년에는 독립 레이블을 설립, 힙합씬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려 한다. 다음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한 바에서 만난 마이크로닷과의 일문일답.

-근황이 궁금하다.
"첫 정규 앨범 작업에 매진 중이다. 작업은 작년 11월 말부터 시작했고, 현재까지 20곡 정도 완성됐다. 국내외 아티스트들에게 피처링도 많이 받았다. 사실 이번에 '쇼미더머니6'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아마 발매는 프로그램 끝난 뒤인 8월쯤이 될 것 같다. 총 25곡을 2CD로 나눠 찍을 예정이다."

-요즘 25곡이나 수록된 앨범은 흔치 않은데.
"맞다. 요즘은 8곡이 넘으면 정규라고 하더라. 그런데 예전에는 최소 14곡 정도는 수록되어야 정규라고 불렀다. 아마 내가 내기 전까지 국내 힙합씬에서 이렇게 많은 곡이 담긴 앨범을 발매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지난해 발매한 '+64'는 EP 개념이었고, 이번이 마이크로닷의 진정한 첫 정규 앨범이다. 이전보다 훨씬 좋은 음악들이 담겼으니 기대해 달라."

-앨범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제 성격처럼 다양하다. 래칫, 트랩, 올드스쿨 다 있다. 어쿠스틱 장르도 있고, 뉴질랜드 원주민이 참여한 곡도 있다. 아마 지루하지 않고 신선하다고 느낄 거다. 작년까지는 자신감이 부족했는데, 이번 앨범 만들면서 확실히 내 색깔을 찾은 것 같다. 부족한 한국어 실력을 채우기 위해 1대1 과외를 받기도 햇다."

-25곡이 담긴 정규 앨범을 내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나.
"뮤지션이니까 결국 음악이 우선이다. 정말 집중해서 만들고 있다. '쇼미더머니6'를 하면서도 앨범 작업은 계속할 예정이다. 이 앨범을 8월쯤 내고, 내년 2월에는 12곡 정도가 수록된 앨범을 또 발표하려고 한다."

-작업량이 많은 비결이 궁금해진다.
"다이나믹듀오 최자 형이 뮤지션은 다른 거에 관심 갖지 말고 음악으로 돈 벌어야 된다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저도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음악을 즐기며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서려고 한다. 방송 출연을 하게 되면 10배 더 음악에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고."

-앨범 제목은 뭔가.
"프로핏(prophet)이다. 예언자 혹은 메신저라는 의미다. 작년에는 즐기는 한 해였다. 차도 사고 신나게 놀았다. 올해는 겸손한 자세로 지난해를 돌아보고 겸손하게 음악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리고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추자는 생각을 했다."

-피처링 라인업도 궁금하다.
"향후 앨범이 나왔을 때의 재미를 위해 일부만 공개하겠다. 빈지노, 챈슬러, 던밀스가 참여했고, 그 외에도 굵직한 아티스트들이 많이 함께했다. 아마 첫 정규 앨범에 이렇게 빅네임 래퍼들을 많이 참여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

마이크로닷(왼쪽)과 산체스는 친형제 사이다. 사진은 두 사람이 함께한 싱글 '러브레터' 재킷
-산체스가 당신을 지목했다. (관련 기사 : [힙합 릴레이] '멀티플레이어' 산체스 "나에게 힙합은 왼손이다")
"친형이 두 명인데, 그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힙합을 시작한 것도, 기초를 잡아준 것도 형들이다. 형들이 작업하는 걸 보면서,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시를 랩으로 바꾸는 놀이를 하면서 힙합에 재미를 들였다. 투팍(2pac), 티아이(T.I) 등의 노래도 취향에 잘 맞았고. 많은 사람들은 저의 기초를 잡아준 게 다아나믹듀오나 도끼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저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형인 산체스이고, 정말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쇼미더머니6' 재도전 이유는.
"일단 스릴감을 느끼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음악적 영감을 받고 싶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스스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일찍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에 대한 걱정은 없다. 그런 걱정이 있었다면, 애초에 참가하려 하지 않았을 거다. 두려운 마음이 있으면 가사 실수를 하게 되어있다. 어디까지 올라가겠다 이런 목표는 없다. 그냥 즐기고 싶다."

-예전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올블랙은 왜 해체됐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았던 거로 안다. 그때는 어려서 정말 아무것도 몰랐고, 하라는 대로 했었다. 그렇다고 활동이 싫었던 건 아니다. 향후 발표할 저의 정규 앨범에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녹일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

-올블랙 이후 뉴질랜드로 돌아갔다. 어떻게 지냈나.
"많은 걸 배웠던 시간이다. USB 마이크를 하나 사서 영어로 가사를 쓰고 사운드클라우드에 작업물을 올리곤 했다. 그때는 집안 사정으로 돈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세 개나 뛰며 학교를 다녔다. 가끔 행사 들어오면 4만 원 받고 공연했다. 클럽이든 공연장이든, 사람이 많든 적든 가리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일화는.
"파이스트 무브먼트 공연 오프닝을 섰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재밌는 건 JTBC '힙합의 민족2'에 출연했을 때 그들과 다시 만났다는 거다. 뉴질랜드 시절에 대한 소회는 EP 앨범 '스틸 더 세임(Still The Same)'에 내레이션으로 담기도 했다. 8월에 나올 정규 앨범은 그 이야기를 25곡으로 펼치는 거라고 봐도 된다."

-힘들지 않았나.
"뉴질랜드에선 모든 게 혼자였다. 제가 돈 벌어서 마이크, 노트북을 사고 그랬으니까.
힘들었지만, 그런 과정을 겪은 덕분에 음악을 진짜 즐기는 법, 인내심과 믿음, 포기하지 않는 방법 등을 배웠다. 어릴 때 보고 자란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들처럼,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도끼 형이 제가 다시 한국에 오자마자 말해준 게 '모든 사람은 시기가 있다'는 거였다. 도끼 형도 뜨기 전까지 60곡 정도를 발표했다. 그래서 지금 당장 1위를 못하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고 음악하고 있다."

-롤모델이 있나.
"한국에선 딱 두 명이다. 도끼, 그리고 산체스 형이다. 도끼 형에겐 모든 건 자기가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산체스 형은 어릴 때부터 저의 스승 같은 존재였으니까 당연하고. 그 이외에는 다 미국 아티스트들이다. 제이콜(J. Cole), 위즈 칼리파(Wiz Khalifa), 맥밀러(Mac Miller) 등의 음악을 좋아한다."

-인디펜던트로 활동하고 있는데. 러브콜은 없었나.
"러브콜은 몇 번 있었다. 큰 곳에서도 받았었고. 죽을 때까지 인디펜던트로 하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일단 혼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레이블을 설립 계획도 있나.
"1년 안에 회사를 차릴 생각이다. 레이블 이름은 정규 앨범과 똑같이 프로핏이다. 업커밍 아티스트를 뽑고, 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다. 혼자서 활동하며 나름 이 바닥에 대해 많이 배웠다. 음원을 어떻게 유통하는지 방식도 다 안다. 대형 기획사들은 몇억씩 투자하는데, 전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결국 다 빚이 되기도 하고. 전 크리에이팅 면에서 여유를 주고 3개월에 한 번씩 소속 아티스트들과 상담을 할 거다. 계약도 2~3년 정도밖에 안 할 거다. 나간다고 하면 붙잡지도 않을 거고."

최연소 힙합듀오 올블랙으로 활동한 도끼(왼쪽)와 마이크로닷. 두 사람은 지금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마이크로닷 인스타그램)
-올블랙으로 데뷔한 게 2006년이다. 국내 힙합씬, 어떻게 바뀐 것 같나.
"기회가 많아진 것 같다. 언더에서 오버로 올라가는 게 확실히 쉬워졌다는 느낌도 든다. 예를 들어 '쇼미더머니'나 '고등래퍼' 한번 나가면 스타가 될 수 있으니까. 물론, 그만큼 잘해야겠지만. 전 그런 방송들을 긍정적로 본다. '난 방송에 안 나갈 거야' 이런 건 '힙부심'인 거 같다. 예전에는 언더에 속해있으면 방송 나가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좋아졌다는 생각이다."

-힙합 커뮤니티 반응은 살피는 편이가.
"안 본다. 악성 댓글을 보고 스트레스받거나 좋은 댓글을 보고 기뻐하거나 그런 건 결국 잠깐이다. 저의 역할은 전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저를 욕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나쁘게 생각 안 한다.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른 거니까. 진짜 나를 좋아하는 팬들은 이메일을 보내거나 SNS로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낸다. 그런 건 꼼꼼하게 읽는다."

-현시점에서 꿈과 목표가 있다면.
"꾸준히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좋겠다. 항상 배고프다는 생각으로 기회를 찾고, 절대 거만해지지 않고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펼치게 해주고 싶고."

-자신의 대표곡 3곡을 꼽자면.
"첫 번째는 '골키퍼(Goal Keeper)'다. 뉴질랜드에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저의 심경을 담은 곡이다. 도끼 형과 다시 만나 작업한 곡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두 번째는 '오마쥬(Homage)'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공개했는데, 좋아해 주신 분들이 많았다. 뮤직비디오는 집에서 찍었는데, 100불 정도밖에 안 들었다.

마지막은 '스틸 더 세임'. 앞서 언급한 내레이션 부분에 저의 마음을 다 쏟아부은 것 같다."

-마이크로닷에게 힙합이란?
"힙합 보다는 음악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 음악은 저에게 '사랑'이다. 음악은 감정이 없는 그냥 단어인데, 왠지 모르게 감정도 느껴지고 관계를 맺는 기분이다. 음악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음악의 힘은 굉장히 센 것 같다.

음악은 저에게 베스트 프렌드이기도 하다. 하기 싫을 때도 있다. 친구로 따지면 싸울 때도 있는 건데, 막상 새 비트를 들으면 16마디 가사가 10분 안에 나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쇼미더머니6'를 통해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또, 사람들이 삶이 힘들어도 돈만 바라보고 살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거만 바라보지 않고 '왜'라는 고민을 하며 열정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으면 한다."

-팬들에게도 한 마디.
"첫 정규 앨범 진짜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올해는 좋은데 내년엔 안 좋고 이런 앨범이 아니라 10년 뒤에도 듣기 좋은 앨범이 될 거라고 자신한다."

-마이크로닷이 지목할 다음 래퍼는.
"팔로알토 형을 지목하겠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아티스트이고, 훅을 정말 잘 만드는 기술자라는 생각이다. 최근 디제이 쥬스 앨범 수록곡을 함께 부르기도 해서 형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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