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독대 내용 증거 없다…승계작업 아니다"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박영수 특검은 직접 재판에 나왔다. 특검이 기소한 사건 가운데 처음이다.
특검 측에서는 양재식 특검보와 윤석열 수사팀장 등 모두 7명이 총출동했다.
이에 맞서 이 부회장 측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주축으로 판사 출신의 송우철, 문강배 변호사 등 9명이 방패로 나섰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된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회색 정장 차림으로 굳은 표정을 지은 채 피고인석에 앉았다.
재판장이 신분 확인을 위한 직업을 묻자 그는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라고 답했다.
곧바로 포문은 박영수 특검이 직접 열었다.
박 특검은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은 민간인 최 씨의 국정관여와 사익추구를 위한 정경유착이라는 두 가지 고리"라며 "핵심은 삼성 뇌물 사건"이라고 말했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의 승마 지원 등 경제적 요청을 하고,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해 이 부회장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300억에 이르는 거액을 건넸다는 의혹의 구조도 설명했다.
박 특검은 "국민적 관심이 높다는 것을 잘 안다"며 "정제‧자제‧절제된 수사를 했다. 증거는 충분히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이에 맞서 이 부회장 측은 부정한 청탁도, 박 전 대통령 뒤에 최 씨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 측은 "문화융성과 체육발전을 명분으로 한 박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대가성 없는 지원이었다"며 "사업구조 개편 등은 삼성의 정상적 기업 활동이지, 이재용 승계작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독대에 대해서도 "대가 합의나 부정한 청탁이 전혀 없었다"며 "대화 당사자들이 승계작업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하고 다른 청취자도 없었다"고 증거 부족을 주장했다.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승계 필요성이 있었다는 특검 측 주장에 대해선 "삼성의 사업 현안으로 지배력 강화와 무관하다"고 맞섰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의 존재를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8월 최지성 부회장에게 처음 들었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공모관계를 몰랐다"고도 변호인 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