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종횡무진 미국을 누비던 그가 오랜만에 국내 영화로 돌아왔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시간위의 집'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25년 간 수감돼 있던 미희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날의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김윤진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섬뜩한 노인 미희였다가도 순식간에 아들을 향한 사랑이 넘치는 젊은 미희가 됐다.
"'국제시장'과 달리 '시간위의 집' 속 미희는 25년 수감생활을 견뎌야 했고, 순식간에 아들이 눈 앞에서 사라졌죠. 그게 얼마나 지옥같았을까요. 원래 나이대보다 훨씬 나이 든 모습이어야 했어요. 목소리에 신경도 많이 썼어요. 아무래도 현장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목소리가 있어요. 그래서 마이크도 꼭 달아서 연기하고 그랬어요. 결국 영화에서는 직접 낸 목소리가 나왔죠. 아무래도 기계적으로 손을 보면 미세한 떨림이나 호흡이 뭉그러거든요."
'국제시장'에서도 한 인물의 젊은 시절부터 노년 시절까지 연기했지만, 이번에는 좀 더 특별한 경험이었다. 차근 차근 시간의 흐름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25년이라는 간극을 뛰어넘어야 했기 때문.
"'국제시장'처럼 과정이 있는 게 아니라 단숨에 25년을 뛰어 넘었으니까 그 표현이 힘들었죠. 제가 풀어야 할 숙제를 관객들도 함께 풀어줘야 했거든요 그걸 유도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세월호 참사가 천일 정도 지났는데, 그 아픔을 생각해보면 미희는 아들을 25년을 기다렸으니까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간위의 집'은 원작 영화가 있는 작품이다. 지난 2013년 개봉한 '하우스 오브 디 엔드 타임스'라는 영화를 각색해 제작됐다. 혹여나 '반전' 장치가 노출될까봐 굳이 이야기를 하고 다니지는 않았다고.
"아무래도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았어요. 그런 부분을 바꾸느라 프리 프로덕션 기간이 길었죠. 시나리오를 재밌게 봤고, 리메이크 할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반전이 핵심인데 결말을 다 알게 되면 안 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할까봐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은 것 뿐이에요. 원작보다 더 잘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봤어요."
이 과정에서 '모성애 코드'가 중심으로 자리잡게 됐다. 김윤진은 이미 한 차례 '국제시장'에서 독일 파견 간호사에서 어머니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런 그에게 이번 '모성애 코드'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감성적인 부분을 진하게 하기 위해서는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고, 아무래도 모성애가 있어야 모든 이야기가 가능했어요. 일단 저는 한국 영화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반전이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예산이 많은 할리우드 영화와 승산있는 대결을 하려면 한국 영화는 같은 시간 안에 더 풍성한 이야기를 제공하는 게 그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봐요. 그건 우리가 받아 들여야 할 현실인 것 같고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