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 '끝장토론' 제안했던 文, 이번엔 거절 왜?

文 "安 검증이 덜 됐다"며 토론 거절, 검증시간 촉박한 상황에서 명분 약해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사진=자료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검증을 위한 '양자 끝장토론'을 제안했지만 문 후보는 "아직 안 후보가 여러가지 면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국민의당은 문 후보가 지난 2012년 대선 정국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향해 '수첩공주'라며 양자 토론을 제안한 적도 있다며 양자 토론을 거절하는 것이 모순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2012년 11월 말 문 후보 측 김현미 당시 소통2본부장은 영등포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3자간 TV토론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박근혜 후보를 향해 양자 TV토론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김 본부장은 "박근혜 후보에 대해 수첩이 있으면 '수첩공주'지만 수첩이 없으면 '버버공주'라고 했는데 박 후보와 내용을 준비한 후보와의 차이점은 이런 토론방식으로는 전혀 판명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간의 양자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자 토론을 먼저 제안했던 문 후보 측은 5년 뒤 안 후보 측의 끝장토론 제안은 거절하고 있다.

안 후보가 후보 확정 직후 5일 기자간담회에서 "준비된 서류 없이 맨몸으로 토론해보자"며 양자 끝장토론을 제안하자 문 후보 측은 "각 정당 후보가 있는 상황에서 양자 토론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병헌 전 의원은 다음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안 후보의 제안에 대해 "받아들여지지 않을 걸 알면서 하는 본인 선전용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의도를 폄하했다.

문 후보도 기자들을 만나 거절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안 후보는 국민으로부터 준비된 정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토론을 말하기 전에 국민에게 준비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우선"이라고 말해 사실상 거절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그동안 촛불집회에 함께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지금도 적폐세력의 지지를 많이 받는 상황"이라며 "그런 안 후보가 정권교체를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어 "안 후보와 양자대결이 된다면, '정권교체 후보' 대 '적폐세력과 함께 정권 연장하는 후보'의 대결 구도가 되는 것"이라고 안 후보를 정권연장 후보로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으로부터 문 후보가 토론을 기피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던만큼 검증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본선 국면에서까지 토론을 거절하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절의 이유가 자신과 토론을 하기에는 "안 후보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도 다소 궁색하다. 본인이 5년 전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했던 제안과도 모순되는 것이어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양측이 네거티브 전을 시작하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어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정책 비전을 비교 분석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에는 정치권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우리당 후보지만 안철수가 검증이 안됐다며 토론을 거절하는 것은 명분이 너무 약하다. 검증을 받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 토론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문 후보 측 관계자는 "'토론을 안 하겠다'가 아니라 끝장토론을 얘기하기 전에 안 후보가 지금 뭘 하겠다는 건지 국민들께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며 "적폐세력, 정권연장 세력의 지지를 통해 정권을 잡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국민들에게 먼저 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가 끝장토론을 거절하자 안 후보 측 김철근 대변인은 "진정한 검증을 위한 진심어린 제안"이라며 "이제와서 이런저런 핑계로 회피하는 이유는 '준비된 후보'라는 주장이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탄로날까 두렵기 때문"이라고 말해 거듭 토론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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