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하나에 1만7천원…비싼만큼 값어치 할까

'프리미엄 버거' 열풍…원가·품질차이 알수없어

"가격 인상만 부추기는 명품 마케팅 우려된다"

국내 햄버거 업계에 때아닌 '수제·프리미엄' 열풍이 다시 거세지면서 외식업체들이 앞다퉈 고가의 햄버거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햄버거 하나에 1만 원을 훌쩍 넘는 데다 일반 햄버거와의 원가 및 품질 차이를 객관적으로 알 길이 없어 가격 인상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이 미국에서 들여온 버거 전문점 '쉐이크쉑' 3호점인 동대문 두타점이 이날부터 영업을 개시한다.

쉐이크쉑은 2001년 미국의 식당사업가인 대니 마이어가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공원에서 노점상으로 창업한 버거 전문점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SPC가 쉐이크쉑 본사와 독점 운영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7월 첫선을 보이면서 단연 수제버거, 혹은 프리미엄 버거 열풍을 주도했다.

1호점인 강남점의 경우 하루 평균 3천~3천500여 개의 버거가 꾸준히 판매되며 전 세계 120여 개 매장 중 단일 매장 기준으로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쉐이크쉑의 '흥행 성공'에 다른 업체들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롯데리아는 쉐이크쉑 론칭과 비슷한 시기 좋은 재료와 맛의 'A부터 Z까지'를 담았다는 의미가 담긴 수제버거 'AZ(아재) 버거'를 선보였다.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이 860만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앞서 2015년 8월 '시그니처 버거'라는 이름의 프리미엄 버거를 선보였던 맥도날드는 전국 매장 440개 가운데 49개 매장에서만 팔던 시그니처 버거를 지난달 말부터 전국 380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조만간 전국 모든 매장으로 판매처를 늘릴 계획이다.

미국 햄버거 브랜드 '자니로켓'을 2011년 국내로 들여온 신세계푸드의 경우에는 그동안 신세계그룹 유통채널에서만 소규모 매장을 운영하다 최근에야 첫 로드샵을 내는 등 6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매장 확대에 나섰다.

너나 할 것 없이 내놓은 수제 혹은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이 붙은 버거의 공통점은 기존 햄버거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다는 점이다.

쉐이크쉑의 버거 단품 가격은 '쉑버거' 6천900원, '스모크쉑' 8천900원, '슈룸버거' 9천400원 등이다. 빵 크기는 그대로이지만 쇠고기 패티가 한 장 더 들어간 '스모크쉑' 더블 사이즈의 경우 가격이 1만2천900원이다.


자니로켓은 버거 단품 가격이 대부분이 1만 원 전후이고, '베이컨 체다' 더블 사이즈 가격은 1만6천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감자튀김, 음료까지 주문하면 2만 원을 훌쩍 넘게 된다.

기존의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맥도날드의 시그니처 버거 역시 단품 가격이 7천500원, 롯데리아의 아재버거도 6천500~9천500원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수제버거 브랜드보다는 저렴한 편이라고는 하나, 최저임금 시급(6천470원)보다도 햄버거 한 개 가격이 비싼 셈이다.

하지만 정작 비싼 만큼 값어치를 하는지에 대해선 객관적인 평가를 할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

수제 혹은 프리미엄버거라는 개념에 대한 정의도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미리 만들어 놓고는 팔지 않고 있다가 매장에서 주문을 받은 뒤 조리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거나, 햄버거 재료가 기존보다 '신선하다'는 의미로 풀이하는 업체도 있다.

아예 햄버거용 빵부터 패티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는 의미에서 '수제 프리미엄 버거'라고 소개하는 업체도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냉장 패티만 하더라도 매장에서 양념을 하거나 튀김옷을 입히는 등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고가의 햄버거라 하더라도 냉동 패티를 사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가격 거품이 그만큼 심하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올해 초 패스트푸드 3사(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의 주요 제품을 분석한 결과, 원재료가 차이에 비해 판매가격 차이가 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물가감시센터는 특히 "'고급 햄버거'로 갈수록 추가로 투입되는 재료비 대비 가격 상승 폭을 과도하게 높임으로써 높은 마진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사무국장은 "시대가 변할수록 고객 니즈가 다양해지고, 고급 상품에 대한 수요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수제버거라고 해서 판매가격에서 원가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윤 국장은 "외국에서 비싸지 않은 브랜드가 국내 백화점에 입점해 고가에 팔리는 것처럼, 기업들이 고급스러움을 선호하는 수요를 악용해 품질엔 별 차이가 없는 데도 가격을 적정선보다 높게 책정해 판매하는 '명품 마케팅'을 활용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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