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론은 지난해 여름부터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된 프레임이다. 하지만 대선판이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로 재편되면서 그의 입지는 크게 좁아진 상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망론의 주인공에서 낙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문재인 대항마'의 바통을 넘겨주더니 이 역시 실패한 뒤 손학규 전 대표의 손을 거쳐 김 전 대표에게까지 내려왔다. 대선을 불과 30여일 앞두고 거의 꺼져가는 제3지대의 불씨를 살리려 나선 김 전 대표가 어떤 전철을 밟을지 관심이 쏠린다.
◇ '개헌 완수'와 '3년 임기 단축' 내건 김종인, 정치권 반응 미적지근
제3지대론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비판 속에서도 '개헌'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과 맞물려 사그러들지 않았다. 즉, 계파성이 강한 거대 정당의 틀에서 벗어나 중도·개혁 성향의 세력들이 당 바깥에서 세를 형성해 정치의 틀을 바꾸자는 구상이었다.
김 전 대표의 대선 출마도 이같은 제3지대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발판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5일 출마회견에서 '경제민주화' 강조와 함께 '개헌 완성'을 약속했다. 그는 "개혁 헌법개정을 완수하겠다"며 "3년 뒤인 2020년 5월에는 다음 세대 인물들이 끌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 제7공화국을 열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임기 문제에 대해서 3년 단축을 시사해 다음 총선에 맞춰 권력구조 재편을 위한 개헌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남은 대선은 33일에 불과해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세가 형성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김종인계로 분류된 이언주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할 결심을 하면서 김 전 대표 측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국민의당으로 향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해석된다.
추가 탈당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김 전 대표가 민주당 세력을 끌어모아 정치 세력화에 나서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바른정당에서도 유승민 후보를 비롯해 김 전 대표와 거리를 두는 분위기이다.
특히 경선이 끝난 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김 전 대표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졌다.
국민의당 입당 전까지 김 전 대표와 제3지대론에 공감대를 이뤄왔던 손학규 전 대표가 당내 경선에서 '연대·연합'과 '공동정부'를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결국 안 후보에 밀려 패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자강론'과 '연대론'의 대결에서 자강론이 당원과 국민들의 인정을 받은 것인데 왜 연대연합이 다시 거론되겠느냐"면서 "필요하다면 후보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세가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세력 통합 차원에서 김 전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밀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안 후보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대표의 출마 소식에 "굉장히 경험과 경륜이 많은 분들이다. 여러가지 생각하는 부분들이 잘 되기를 바랄 따름"이라고 말해 다소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정치인들 머리 꼭대기에 있다.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갈 것"이라며 인위적 연대·연합은 없다고 재차 천명했다.
박지원 대표도 마찬가지로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김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우리하고도 경쟁관계로 후보 등록을 하면 (경쟁이) 시작될 것인데 제가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그는 '이번 대선이 국민의당 중심으로 끝까지 치러지느냐'는 질문에도 "대통령 후보의 말이 실현될 수 있도록 당에서 해야한다. 비공개 회의때에도 후보 중심으로 나가겠다. 개인적인 의견은 삼가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해 안 후보의 소신 위주로 선거를 펼칠 것을 시사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파악한 듯 김 전 대표도 자강론을 주장하는 안 후보를 향해 "어떻게 권할지도 모르면서 여하튼 혼자서 해보겠다고 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외곽에 있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등 개개인과의 세규합 외에 본인 위주의 판을 짤 여지가 거의 없다. 그가 후보등록을 앞두고 결국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