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지난달부터 중국의 무차별 보복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 롯데, 미중 정상회담에 촉각…사드 사태 돌파구될까
이제 미중 정상회담에서 돌파구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중 정상이 북핵 문제 해결을 고리로 협력 무드를 조성하면서 사드 갈등도 해소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북한은 인류의 문제다. 이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주요 의제로 내걸었다. 그는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할 것"이라며 사전 압박에도 나섰다.
미국 의회도 적극 거들고 있다. 하원은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과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규탄 결의안'을 맞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상원의원 26명은 중국의 대(對) 한국 사드 보복 철회 요구 등을 담은 연명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여기에 북한이 5일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도 시진핑 주석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롯데도 자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주요 외신과 잇따른 인터뷰를 통해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고 직접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정부의 요청을 민간기업이 거절할 방법은 없다"면서 오해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중국 철수설을 일축하고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고 싶다"고 못박았다. 사실상 영업이 마비된 중국 롯데마트를 위해 증자 등을 통해 3400억 원의 운영자금도 수혈했다. 이와 관련해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은 "아직 중국 사업은 투자 단계"라며 "계속 투자하고 사업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의 중국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는 절박함의 반증이다. 롯데는 한중 수교 2년 후인 1994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24년간 6조 원 넘게 중국에 투자했다. 유통·식품·관광·화학·제조 등 24개 계열사가 2만5000여 명의 중국인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청두(成都)와 선양(瀋陽)에서는 쇼핑몰과 테마파크를 아우르는 복합상업단지를 건설 중이다.
신동빈 회장이 외신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 근거다.
하지만 사드 보복으로 중국내 롯데사업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사드 보복의 '풍향계'가 된 롯데마트는 중국내 99개 점포 중 75개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10개 중 9개가 문을 닫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중국 당국의 수위조절 조짐이 보였지만 당초 한 달이었던 영업정지는 풀리지 않고 연장되고 있다. 영업정지가 2개월로 길어질 경우 매출 손실은 2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신동빈 회장의 인내심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롯데의 중국사업은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될 수 밖에 없다.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령으로 면세점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4분기 30%대에 이어 올해도 2월까지 20%대의 전년 동기대비 매출 신장세를 보이며 고공비행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한국관광 금지령이 발효되면서 매출은 곤두박질 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중국인 매출이 30% 감소하면서 전체로는 15% 줄었다. 20%대 신장에서 무려 50%p나 준 것이다. 특히 금지령 이후인 지난달 4주차(20~26일)에는 중국인은 -40%, 전체는 -30%로 감소폭이 더 커졌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6조원의 80% 가까이를 중국인 관광객이 올려줬다. ‘큰손’과의 결별은 롯데에게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악몽이다.
롯데면세점 문제는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 구상에도 중대변수다.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의 주력사업으로 호텔롯데 상장의 성패를 가를 열쇠다.
롯데는 지난해 검찰수사로 좌절됐던 호텔롯데 상장을 올해 재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이번에는 '사드 암초'에 막혔다. 롯데면세점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면 상장은 불가능하다.
황각규 실장은 "면세점 사업이 궤도에 올라야만 상장이 가능한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미중 정상이 새로운 우정의 건배를 하게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함께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도 따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직접 충돌하는 만큼 북핵보다 더한 난제(難題)라 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으로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사드 보복의 영향이 롯데 뿐 아니라 한국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두 정상이 현명하게 절충점을 찾아 하루속히 사드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