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4일까지 진행된 인천 전자랜드와 '2016-2017 KCC 프로농구' 6강 PO에서 1차전 승리 뒤 내리 2연패, 열세에 놓여 있다. 정규리그 3위(34승20패)인 삼성은 5할 승률도 채 되지 않는 전자랜드(26승28패)에 8경기나 앞섰다.
하지만 PO에서는 탈락 위기를 맞았다. 5전3승제 시리즈에서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4강 PO에 진출한다. 삼성처럼 6강 PO에서 1차전을 이기고 탈락한 경우는 역대 40번 중 2번뿐이다. 3위 팀이 6위에 덜미를 잡힌 것도 20번 중 4번이다.
1차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삼성은 기둥 리카르트 라틀리프(18리바운드)와 주장 문태영이 44점을 합작하며 89-75 승리를 거뒀다. 베테랑 주희정(40)이 6점 7도움으로 노련하게 경기를 조율했다.
하지만 2차전 75-99 대패를 안은 데 이어 4일 3차전에서도 78-86 패배를 당했다. 전자랜드의 날랜 가드진에 밀린 탓이 크다. 전자랜드는 김지완, 차바위 등 20대 중후반에 190cm대의 우월한 체력을 앞세운 가드진으로 김태술(33) 등 삼성 앞선을 압박하고, 빠른 공격으로 우위에 섰다.
2차전에서 당한 삼성은 3차전에서 심기일전해 초반 기선을 제압했다. 김태술, 임동섭 등 1, 2번이 각성해 1쿼터만 14점을 합작해 22-17 리드를 이끌었다. 그러나 2쿼터 삼성은 전자랜드의 추격을 허용했다. 크레익이 2쿼터 8점을 넣었지만 패스 실패 등 실책을 4개나 쏟아냈다. 동점 상황에서 막판 가까스로 골밑슛과 파울 자유투를 넣어 전반을 3점 차 리드로 끝냈다.
3쿼터에도 크레익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골밑에서 동료의 패스를 받은 노마크 기회에선 아꼈던 3점슛을 엉뚱한 때 쏘는 등 슛 셀렉션이 나빴고 삼성의 코트 밸런스를 망쳤다. 크레익은 패싱 능력 등 빼어난 농구 센스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오히려 거기에 매몰된 듯 무리한 플레이로 흐름을 내주고 있다. 결국 삼성은 전자랜드에 잇따라 속공을 허용해 경기를 내줬다.
정규리그 전반기만 해도 크레익은 삼성의 가장 큰 무기였다. 117kg의 육중한 체구와 점프력을 앞세운 골밑 공격과 감각적인 패스로 동료들을 도왔다. 평균 득점 15위(14.9점), 리바운드 14위(6.5개), 도움 8위(4.8개), 가로채기 13위(1.4개), 블록 20위(0.5개) 등 전 부문에서 20위 안에 들었다. 때문에 삼성은 크레익이 나서는 2, 3쿼터에 승부를 뒤집거나 승기를 잡은 적이 많았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크레익 효과'는 떨어졌다. 공을 너무 오래 끌어 빈손으로 뛰는 동료들의 감각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왔고, 슛 기회에서 돌파를 선택해 상대 장신에 막히거나 패스가 읽혀 뺏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크레익은 정규리그 평균 실책 3.1개로 팀내 1위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이 과감하게 크레익을 2, 3쿼에도 빼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격력과 높이가 좋은 김준일(202cm)이 들어가는 게 코트 밸런스가 더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 외인 매치업을 고려하면 크레익을 빼기가 쉽지는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크레익은 매치업 상대인 제임스 켈리(197cm)를 막기에는 신장과 스피드에서 역부족이다. 3차전에서 켈리는 크레익을 농락하며 대폭발했다. 라틀리프도 켈리 수비가 버겁지만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다.
삼성은 벼랑에 몰려 있다. 크레익의 능력이 아쉽긴 하지만 이기는 게 먼저다. 이상민 삼성 감독도 "크레익의 개인 플레이가 2, 3차전 패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과연 삼성이 크레익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반격의 계기를 마련할지, 아니면 크레익이 대오각성해 정규리그 전반기의 모습을 되찾아 팀을 구해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