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거치 힘든 줄 알고도…해수부의 '뻔뻔한 거짓말'

아침부터 육상거치 논란… 오전에도 "육상 거치 일정대로" 거짓말

예정됐던 세월호 육상 거치 계획이 실패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해양수산부는 이 사실을 알고도 가족들과 언론에는 거짓말로 일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수부는 지난 4일 오전 10시 정례브리핑까지도 "오는 6일 (세월호 선체를) 육상으로 옮기고, 7일 완전히 거치한다는 개념은 변동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취재진들은 전날부터 추진된 21개 천공작업과 모듈 트랜스포터 추가 도입 등을 놓고 인양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수차례 물었다.

이에 대해 이철조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장은 "오는 5일 모듈 트랜스포터들의 시운전 테스트를 할 계획"이라며 "6일 육상으로 이동하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이후 반잠수선에 설치됐던 거치대를 육상으로 재배치하고, 오는 7일 세월호를 육상의 거치대에 설치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도 이어졌다.

하지만 불과 반나절만인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오후 브리핑에서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김창준 조사위원장은 "오전 상하이샐비지가 세월호 무게를 측정하니 어제까지 1만3462톤이었는데 1만 4592톤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수치도 맞다는 보장이 없어, 상하이샐비지의 (세월호 선체 추정 무게) 수치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폭탄 발언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해수부는 육상거치를 7일로 데드라인을 잡았는데 안 될 것 같다"며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7일 못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해수부는 이미 이날 아침부터 세월호 무게가 대폭 늘어나 사실상 일정대로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오전 브리핑에서는 이런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긴박한 거치현장에서 작업상황이 갑자기 바뀔 수도 있지만, 조사위에 따르면 이날 아침부터 세월호 선체의 무게를 새로 추정하는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김철승 선체조사위원은 "아침에 현장에 갔는데 배 중량이 늘어날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큰일났다' 싶었다"고 밝혔다.

즉 이날 오전부터 이미 선체 무게를 추산하는 상하이샐비지 측 등은 세월호 무게가 크게 늘어나 인양일정에 차질을 빚을 것을 예상했다는 얘기다.

김 위원은 "인양팀에 있는 상하이샐비지와 TMC에게 (세월호 선체 무게 추정) 자료를 달라고 했는데 믿을 수 없었다"며 "하루만에 1130톤이 늘어난다니 도저히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며 해수부 등과 대책회의를 열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이에 따라 같은날 오후 1시 30분부터 조사위와 해수부, 상하이샐비지 등이 세월호 무게 증가를 놓고 회의를 벌였고, 그 자리에서 모듈 트랜스포터의 전면 교체 등도 이미 언급됐다.

더구나 해수부는 조사위가 이 사실을 알리는 브리핑을 하던 오후 5시에 아직 파손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좌현의 찢어진 철판도 잘라냈다.

조사위는 전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육상 운송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가 들어갈 수 있는 높이만큼 철판을 제거해야 하는 부분을 승인했다"면서 "철판을 제거하지 않으면 모듈 트랜스포터가 선체 아래로 지나갈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철판이 찢어진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침몰 원인 조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채증 조건하에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이라며 "찢김 등의 상태는 외국 전문 감정업체를 선정해 발생경위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더구나 조사위가 오후 브리핑을 진행하는 시점에는 이미 오는 7일 육상 거치가 불가능한데다, 기존 모듈 트랜스포터로는 아예 세월호를 들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때였다.

즉 철판을 자를 시급한 이유도 없어지고, 철판 파손의 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위가 언론브리핑을 준비할 시점에 해수부가 철판 절단을 강행한 셈이다.

그동안 조사위에는 자료 은폐를, 언론엔 거짓으로 일관하고는 파손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철판까지 슬그머니 절단하는 해수부의 행적으로는 없던 '음모론'도 생겨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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