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웅 만나 맛깔스러워진 '흥보씨', 권선징악 통념을 비틀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판소리 '흥보가'가 고선웅 연출을 만났다. 기발한 연출력과 필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고 연출은 모두가 아는 뻔한 이야기 '흥보가'를 어떻게 바꿀까.

4일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열린 창극 '흥보씨' 프레스콜에서 고 연출은 대본을 집필하며 동시대에 맞춰 변화시키되 원형을 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고전 속 권선징악의 교훈은 살린 것이다.

고 연출은 "착한 사람이 갈수록 없어지고 용기를 잃는 시대다. 있으면 있이 살고, 없으면 없이 사는, 심지어 그것이 내리 이어지는 그런 시대다"면서 "그럼에도 선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해 작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선한 삶이란 무엇일까. 그는 자신만의 해석을 이야기했다. "착하게 산다는 것을 흔히 남들에게 선행을 베푼다고 생각하는데, 선행은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며 "선행 자체가 내게 복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나이를 먹을 수록 가 선한 건 권하고 나쁜 건 정리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때문에 "이야기 역시 참신한 것보다 고전과 같은 본래의 이야기가 좋다"고 덧붙였다.


각색의 귀재라는 평답게 고 연출은 원작에는 없는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를 추가했다.

‘흥보’ ‘놀보’ 형제의 출생에 얽힌 비밀 사연은 물론 ‘다른 별에서 온 스님’ ‘말하는 호랑이’ 등의 캐릭터를 더해 극적 긴장감과 재미를 높였다. 작품 곳곳에 허를 찌르는 반전을 두어, 기상천외한 ‘반전 창극’이 탄생했다.

음악감독 이자람, 연출 고선웅. (사진=국립창극단 제공)
드라마도 중요하지만, 장르가 창극인 만큼 '소리'를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한 지점이다.

이번 공연에서 음악감독은 배우이자 소리꾼인 이자람이 맡았다. 이자람 음악감독은 "창극에서 핵심은 수성가락이다"고 강조했다. 작곡된 선율이 아닌 즉흥적인 반주를 수성가락이라고 부른다.

이 음악감독은 "집으로 비유하면 수성가락이 안방에, 그 외 수많은 재료가 작은방에 적절히 들어와 큰집을 지었다"고 했다. 창극에 리드미컬한 현대음악을 더해졌다. 이 것이 창극이 가진 음악적 매력을 끌어올린다.

무엇보다 판소리에서 고수가 반주하는 북 장단(고법)을 음악적으로 확장시킨 것이 이번 작업의 기본 콘셉트이다.

판소리에서 고수의 북 장단이 소리꾼의 소리를 받쳐주는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음악은 배우의 대사와 소리를 더욱 돋보이게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 음악감독은 "음악 작업을 하며 주안점을 둔 것은 드라마와 인물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었다며, 때문에 드라마를 돕는 역할인 음악은 장면과 장면전환 그리고 인물 표현을 극대화하거나 다듬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창극 '흥보씨' 출연 남배우 5인방. (사진=국립극장 제공)
창극 '흥보씨'에서는 국립창극단 20~30대 남자 배우들의 열연한다. 김준수·최호성·최용석·이광복·유태평양이 이번 작품의 성공을 이끌 중심인물이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트로이의 여인들’ 등 최근 국립창극단 작품에서 여배우들이 주목 받을 때, 그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었던 이들이 ‘흥보씨’의 주요 배역을 맡아 남성적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남남 듀엣으로 형제간의 우애와 긴장을 그려낼 흥보 역 김준수와 놀보 역 최호성, 극의 감초로 활약할 마당쇠 역 최용석, 안정된 소리 공력을 바탕으로 판소리 ‘흥보가’의 ‘흑공단타령’과 ‘제비노정기’를 각각 독창할 원님 역 이광복과 제비 역 유태평양까지 모두 서로를 독려하며 연습에 매진했다.

공연은 5일부터 1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진행된다. R석 5만 원, S석 3만 5000원, A석 2만 원. 문의 :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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