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릴 만큼 정권교체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각 정당간 합종연횡과 프레임 전쟁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야권은 적폐세력 연대와 패권주의 등 서로를 향한 프레임 덧씌우기로 난전(亂戰)을 벌이고, 범보수 진영은 정통 보수 논쟁으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이에서는 때아닌 '프레임 전쟁'이 한창이다.
지난주말 안 후보의 '사면 발언'에서 촉발된 공방은 두 사람의 양자대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문 후보는 3일 민주당 최종 후보로 선출된 뒤 "저와 안 후보의 양자구도는 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구(舊)여권과 함께 연대하겠다는 뜻"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열망하고 있는데 (안 후보가) 적폐세력들과 손을 잡는다면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공을 날렸다.
이번 대선이 5자 다자 구도 속에 치러지는 데 국민의당이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을 연일 강조하는 것은 구여권 지지층을 의식한 중도보수 표심다지기 전략이라는 '프레임 걸기'를 시도한 셈이다.
안 후보 역시 다음날 최종후보로 선출된 직후 "계파주의에 매몰되면 협력이 힘들다. 같은 당 안에서도 경쟁자를 악으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협치가 가능하겠냐"며 당내 패권주의 지적을 받고 있는 문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안 후보는 특히 비문(비문재인) 연대론으로 적폐세력과 손을 잡으려한다는 민주당 프레임에 "분명히 (보수 정당과) 연대를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허깨비'를 만들어 저를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은 상식과 몰상식, 정의와 불의의 대결"(문재인), "저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몰상식과 불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안철수) 등 프레임 공방은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되고 있다.
정권교체 당위성은 서로 주장하면서도 누가 적격자인가를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벌어지는 힘겨루기는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보조타이어". "안철수 대세론은 질소포장지"(문 후보 측 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 "문재인 후보가 분노와 보복의 정치로 돌아가면서 열성 지지자들에게까지 보복의 문화가 번진다"(박지원) 등 주변인들의 감정싸움도 심상찮다.
보수진영에서는 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간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하루 차이로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은 두 사람은 자신이 'TK(대구·경북)의 적자'임을 자처하며 충돌했다.
유 후보가 3일 자신을 '대구의 아들'이라고 하자, 홍 후보는 4일 "그럼 나는 서자인가? 우리 한국당이 보수 우파의 본당이고 바른정당이 떨어져 나간 서자정당"이라고 공격했다.
홍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향후 범보수 단일화 과정에서 TK를 중심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보수 텃밭에서 민심을 확보하면 자연스럽게 바른정당 내 위기감이 번지면서 단일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홍 후보의 복심이다.
홍 후보는 또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과 김무성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함께하자"며 유 후보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바른정당 내부 흔들기'에도 나섰다.
유 호보는 '무자격자' 프레임으로 홍 후보 공격에 나섰다.
그는 4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홍준표 후보는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되면 그날로 대통령직을 상실한다. 보수 대표 후보로서 자격조차 없다"며 "한국당이 탄핵을 거치면서도 전혀 바뀌지 않고 여전히 '도로 친박당'"이라고 맹비난했다.
전날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자리에서도 "전직 대통령이 법을 어겨서 탄핵을 당하고 구속된 마당에 이미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형사 피고인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한 것은 몰상식한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또 "보수의 품격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판결을 앞두고 '방탄출마'하는 후보를 대구‧경북은 결코 용납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