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서비스가 드디어 시작됐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지난 3일 서비스를 개시했다. 인터넷에 익숙하지만, 인터넷·스마트폰 뱅킹보다는 자동화기기(ATM)를 선호하는 기자가 직접 케이뱅크를 이용해봤다.
◇ '서류'는 같고 '플랫폼'만 다르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단어는 '편리함'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내뿜는다. 가입 절차도 그만큼 편리할까? 정답은 'soso'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작성해야 하는 서류가 간소화된 것은 아니다.
지점에서는 신분증을 지참한 뒤 여러 장의 서류에 서명해야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케이뱅크 역시 똑같다. 성명, 주소 등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계좌 개설 목적, 대포통장 여부 등을 모두 입력해야 한다. 다른 점이라고는 '펜으로 종이에' 적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한다는 것이다.
필수 준비물은 '스마트폰'이다. 케이뱅크는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서만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이후에는 PC로도 잔액조회, 송금,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본인 실명인증 과정은 흥미로웠다. 지점에서는 행원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신분증을 스캐너에 넣어 진위여부를 확인한다. 사진, 실명번호, 성명, 발급 기관 등의 정보가 스캐너를 통해 모두 인식된다. 케이뱅크에서는 앱의 카메라를 통해 신분증을 직접 촬영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신분증 인식이 잘 되도록 역광을 피해 찍어야 한다는 점이다. 신분증을 찍으면 자동으로 실명번호, 성명 등이 인식된다.
케이뱅크는 '비대면' 서비스이기 때문에 추가 인증 절차를 요구한다. 추가 인증 방법으로는 영상 통화로 신분증에 있는 사진이 본인임을 증명하는 방법, 타은행에서 케이뱅크 계좌로 송금하는 방법 등이 있다.
◇ 보안카드를 잘 잃어버리는 사람에게는 'Good'…공인인증서가 없는 사람에게는 'Bad'
인터넷·스마트폰 뱅킹을 통해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계좌이체다. 케이뱅크를 통해 계좌이체를 시도해봤다. 입금은행과 계좌번호, 이체금액,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지문인증이나 공인인증서를 통해 실명을 인증해야 한다. 일반 은행의 인터넷·스마트폰 뱅킹과 다르게 보안카드 번호나, OTP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은 없었다. 평소 보안카드를 잘 잃어버려 인터넷·스마트폰 뱅킹보다 ATM을 애용했지만, 이제는 굳이 ATM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전화에 공인인증서가 없어 지문인식 기능을 통해 계좌이체를 진행했다. 지문인식을 통해 실명을 인증할 수 있는 휴대전화 기종은 갤럭시노트5, 갤럭시S7, 갤럭시 S7 Edge, V20, G5, G6, 아이폰7, 아이폰7+, 아이폰6, 아이폰6+, 아이폰6S, 아이폰6S+ 등이다. 지문인식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라고 해서 모두 다 지문인증 서비스를 이용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스마트폰은 지문인식센서를 장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이 제한된다.
케이뱅크가 자랑하는 서비스 중 하나는 '퀵 송금'이다. 퀵 송금 서비스는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다. 문자로 원하는 금액을 입력해 상대방에게 보내면, 상대방이 케이뱅크 앱 알람이나 링크 주소를 눌러 본인의 계좌번호를 입력한 뒤 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 24시간 상담 가능하다는 '톡상담'…대기 시간은?
◇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편리한 케이뱅크
평소 인터넷·스마트폰 뱅킹을 즐겨 이용하던 사람이라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케이뱅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휴대전화의 작은 화면을 통해 글을 읽고, 손가락 터치를 통해 체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지점 방문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평소 인터넷뱅킹을 사용하지 않아 공인인증서가 없는 사람이라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다가 지쳐 케이뱅크 이용을 포기할 지도 모른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지점 방문 없이 '최초 거래'를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이후의 거래가 기존의 스마트폰뱅킹과 별반 다를 바가 없이 비슷한 절차와 서류를 요구한다는 점은 아쉽다.